기업-전문가 매칭 플랫폼 ‘탤런트뱅크’ 홈커밍데이 가 보니
50대 초반 퇴직자, 전문 분야 내세워 ‘기업 문제 해결사’로
“대기업 연연 말고, 업계가 직장이라는 사고 전환 필요”
“56세인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 일주일에 3~4번, 필요한 만큼 일할 수 있으니 시간적으로 넉넉하고 경제적으로 안정됐다.”
방송국, 글로벌 엔터테인먼트사를 거쳐 기업-전문가 매칭 플랫폼인 ‘탤런트뱅크’에서 2018년부터 전문가로 활동 중인 유일(劉一)씨는 9일 서울 구로구 휴넷캠퍼스에서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정부지원 사업이 많은 콘텐츠·엔터업계 경험을 살려 ‘정부지원사업 전문가’로 활약 중이다.
유씨는 “우리 나이가 되면 안정적인 직장은 없고 언제 나가야 할지도 모른 채 엄청난 압력을 받는다”면서 “좋은 학교를 나와 좋은 직장에서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을 모두 목표로 하지만, 이제는 ‘업계가 직장이다’는 식의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직원만 100만명이 넘는 가장 큰 대기업인 ‘정부’를 대상으로 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평균 나이 50대 초반, 필요한 만큼 일하는 ‘新고용’
탤런트뱅크는 유씨처럼 기업이 의뢰한 단기 프로젝트를 해결하는 전문가 1만6000명 가운데 50명을 엄선해 이날 ‘홈커밍데이’ 행사를 열었다.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를 뚫고 초청받은 전문가 대부분이 참여해 자신의 이력을 소개하고 명함을 교환했다. 법률자문부터 경영전략·컨설팅, 신사업 전략, 마케팅, IT 등 각계 전문가가 집결했다. 전문가 평균 나이는 50대 초반이었다.
기업교육 전문기업 휴넷의 사내벤처에서 시작해 지난해 말 별도 법인으로 분사한 탤런트뱅크는 주로 중소·중견기업, 스타트업과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신(新)고용 플랫폼으로 최근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말 6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고, 현재까지 누적 2000여건의 기업 프로젝트를 의뢰 받았다. 평균 2~3개월간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건당 금액은 1000만원 정도다. 재의뢰율이 60%로 집계될 정도로 기업들의 만족도가 크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공장환 탤런트뱅크 대표는 “일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는 만큼 은퇴자, 현직 N잡러, 경력 단절자 등의 전문가가 더 많은 기업의 문제를 해결해 보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사업 기회를 확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기업 부담 덜어주는 ‘긱 이코노미‘, 더 활성화될 것”
탤런트뱅크는 대면 인터뷰를 통한 경력 검증 절차를 통해 전문가를 까다롭게 선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전문가로 활동을 시작하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회사에 있는 10명의 비즈니스 디렉터(BD)를 통해 이를 밀착 지원한다.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가이드부터 기업과의 계약 등에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 전문가가 역량을 지속적으로 쌓아나갈 수 있도록 6000만원 상당의 온라인 교육, 최신 경영·리더십·트렌드 지식 콘텐츠를 학습할 수 있는 휴넷 최고경영자(CEO) 이용권 등을 혜택으로 제공해 지원한다.
8월 중에는 대면 프로젝트뿐 아니라 온라인으로 단시간에 비즈니스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1대1 화상 자문 서비스 ‘원포인T’도 선보인다. 장소·시간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전문가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했다. 기업으로서도 어떤 전문가가 있는지 쉽게 검색해 자문 진행까지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다. 탤런트뱅크 측은 기업들이 원포인T를 계기로 부담 없이 플랫폼을 이용해 전문가 상담을 받아 보고, 만족 시 프로젝트 의뢰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주 52시간제 도입 등으로 기업의 고용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긱 이코노미(필요에 따라 일을 맡기고 구하는 경제)’가 세대를 불문하고 활성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사회 전체적으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사람을 쓰는 데 매우 익숙해지고 있다”면서 “고경력직 정식 채용으로 인한 기업의 부담이나 사람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업종의 문제를 푸는 데는 특히나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