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컨설팅의 역할도 직접적인 문제 해결보다 기업의 정신이나
사업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하는 다소 철학적인 영역으로
변화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합니다.
-안녕하세요, 이원준 전문가님.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소개해주세요.
현재 대학에서 전임교수로 경영전략과 마케팅을 강의하고 연구합니다. 동시에 기업과 연계한 컨설팅과 산학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창조경제센터와 테크노파크, 상공회의소에서 기업지원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탤런트뱅크 전문가로 일하며,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다수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본인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요즘 경영 분야에서 애자일(agile)과 양손잡이 경영이 경쟁력의 원천으로 떠오르고 있죠. 애자일 경영방식은 민첩함과 유연성을 강조합니다. 양손잡이 경영은 공존하기 힘든 주요 역량을 동시에 갖추고 업무에 적용했음을 의미하죠. 이성적 접근과 감성적 접근처럼 상반되는 역량을 모두 갖춘다는 뜻입니다.
애자일과 양손잡이 경영에 도달하기란 여전히 어려운 일이지만, 늘 달성해야 할 목표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로 힘이 됩니다. 특히 빠르게 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과거에 배운 지식이나 학위를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거추장스러운 족쇄로 작용하기 마련입니다.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려면 주저없이 새로움을 경험하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제 장점은 이런 적극적인 태도입니다.
-어떻게 탤런트뱅크에 합류했나요?
현장에 답이 있기 때문에 합류를 결정했습니다. 경영학 연구자 입장에서 여러 기업과 협업하는 일은 학문적 성장의 기회입니다. 1년 안에도 흥망성쇠가 일어나며, 오늘의 성공사례가 내일의 실패사례가 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경영 분야는 그만큼 변화가 빠르고 지식의 도태도 빠릅니다. 경영학 지식이나 관련 기술동향을 파악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책도 논문도 아닙니다.
기업과 협업기회를 항상 찾고 있다가 탤런트뱅크를 발견했어요. 재능과 고객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검색하다가 탤런트뱅크를 알게 돼 전문가로 신청했습니다.
-여기서 어떤 프로젝트를 맡으셨나요?
지금까지 스타트업 기업 A의 온라인서비스 개발, 중견 IT기업 B의 디지털마케팅 전략 수립 프로젝트를 맡았습니다. 기업과 협업하면서 느낀 점은 성공 여부는 단기적인 컨설팅으론 해결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스스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내부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재를 키워야 성공에 한 발 더 가까워집니다.
급한 문제나 당장 급한 과제는 외부 컨설턴트가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지만, 실행과 개선은 기업의 몫입니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조언을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에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기업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인재가 지원하지 않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유망한 기업임에도 지원하지 않는 거죠. 작은 기업은 개인에게 큰 기회를 주고, 큰 기업은 개인에게 작은 기회를 줍니다. 벤처와 스타트업에 더 많은 청춘이 뛰어드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업무 중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은?
삼성전자에서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B2B 리드를 개척하는 마케팅 기획을 맡았습니다. 솔루션을 기반으로 삼는 IT 상품기획이었는데, 시장에서 표준을 선점하지 못해 한계가 뚜렷했던 적이 있습니다. 후발주자는 시장 내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히 하기도 어려웠고, 기술력도 월등하진 않았죠.
사실 이런 격차가 큰 경쟁구도를 단기간에 해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전 여러 써드파티 솔루션 협력파트너를 찾으려고 일본과 미국에 본사를 둔 전문기업을 방문했습니다. 자사 장점을 설명하는 설득과정을 거쳤죠.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역으로 접근했습니다. 관행대로 솔루션을 먼저 만들고 고객에게 제안하지 않았습니다. 우선 고객부터 확보했습니다. 핵심 고객에게 출시하지 않은 미래 상품을 보여주면서 계약을 맺었고, 계약을 바탕으로 파트너 협력을 요청했습니다. 고객을 중심으로 시장에 접근해 단기간에 성장기반을 마련했습니다.
-탤런트뱅크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변화가 있나요?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제 자신을 좀 더 냉철하게 볼 수 있게 됐습니다. 탤런트뱅크에서 진행하는 과제는 서로 명확한 요구사항이 있어 성과 평가 기준도 뚜렷합니다. 목표지향적인 과업이라 성공시킬 자신이 없으면 쉽사리 지원하기 어렵기도 하죠.
다양한 업종과 과업을 위해 책을 읽고 정보를 수집하는 시간도 길어졌습니다. 경험많은 실무 전문가에게 방향을 제시하려면 이름뿐인 전문가로 남아있어서는 안됩니다. 그렇기에 꾸준한 저술과 지식 습득 활동으로 전문가 너머의 경지에 닿고자 노력합니다.
-앞으로 전문가님의 직무는 어떻게 변할까요?
컨설턴트 역할은 철학적인 영역으로 접어들게 되리라 조심스럽게 기대합니다. 마케팅 자동화 영역이 늘고,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는 부분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고객 세분화와 타겟팅은 전통적인 시장개척의 핵심이었는데, 요즘엔 구글과 네이버 디지털 광고시스템이 자동화해서 알려줍니다. 굳이 자동화기능을 끄고 수동으로 타겟고객을 설정하려고 하면, 구글에서 ‘광고성과가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를 보내죠.
이런 시대가 다가오면 컨설턴트는 직접 문제를 해결하며 실행하기보다, 기업의 근간이 되는 기업정신이나 사업본질을 되돌아보는 역할을 맡게 되겠죠. 비전을 세우고, 사회적 책임을 고민하고, 조직과 인간관리를 성찰하는 방향으로 바뀔 겁니다.
-목표는 무엇인가요?
조금 더 헌신할 수 있는 기업을 만나, 상호 존중하고 신뢰하는 관계를 구축하려고 합니다. 컨설팅을 제공하는 외부라 한계를 넘어, 기업과 공존하는 멘토로 역량을 다하는 거죠.
개인적으로는 소속 대학 허가를 얻어 직접 창업도 꿈꾸고 있습니다. 생각과 실행은 큰 차이가 있고, 직접 창업해보면 전문가로서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알게 되겠죠.
-후배들에게 직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면?
직장에서 인정받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도 기업과 대학에서 업무와 연구성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사내 전문가로도 인정받았지만, 지금까지도 그게 진정한 인정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언제나 존재했고 앞으로도 있을 겁니다.
우선 ‘내 일만 잘하면 된다’는 인식을 버려야 합니다. 직장은 개인보다 팀을 우선시하는 팀워크 사회입니다. 개인 성과보다는 기업을 하나의 유기체로 생각하며 성과를 올릴 방법을 생각해봐야겠죠. 그 과정에서 양보할 수도 있고요. 장기적으로 조직에 건강한 에너지를 불어넣는 직원이 정말 인정받는 인재가 아닐까요.
요즘엔 팀 정신을 강조하면 좀 낡은 생각을 가졌다고 비춰지기도 하는데, 동료와 기업을 배려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 사람은 언젠가 보상을 받습니다. 늘 새로워지기 위해 채찍질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죠. 타인에게 관대하고 자신에게 냉혹하다면 가장 이상적인 인재의 조건을 갖췄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 인터뷰 #9 “끈기있게 견뎌내세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