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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로 살기 5
보통사람 책만들기

제 친구들 얘기로 시작할게요.

 

우리는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있는 대학을 나온 다음, 그 당시만 하더라도 대기업 취업이 지금만큼 어렵지는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은 이름만 말하면 다 아는 대기업에 들어가서 처음부터 일을 배우면서 나이를 먹어갔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고, 직장에서 승진을 하면서 우리는 모두 정신 없이 바쁜 세월을 보냈고, 그러다 40대 후반부터 봉급생활자로서는 거의 최고봉 혹은 가까운 직위까지 올라가는 친구들이 생겼습니다.

 

전화 한번 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전화하면 대개는 회의 중이었고, 아니면 비서가 받아서 ‘지금 전화 받기 어려워서 나중에 전화 드리겠다’ 고 대신 얘기하고, 또 어떨 때는 전화만 하면 외국에서 받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상황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50대에 들어서면서부터였습니다. 하나하나 퇴직을 하기 시작하고, 그러다 보니 전화만 하면 3초 내로 제깍 받는 일들이 늘어났습니다. 언제라도 ‘오늘 저녁에 밥이나 먹자’ 라고만 하면 10명 정도 모이는 것은 식은 죽먹기였습니다. 골프 한번 치기 위해 4명 모으기가 하늘의 별따기였지만, 이제는 ‘몇월 몇일 어느어느 골프장’ 이라는 말만 하면 3팀 모집은 일도 아닙니다.

 

이렇게 시간이 생기다보니 많은 친구들이 생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책쓰기’ 입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으시는 전문가들도 이런 생각을 가진 경우가 많을 겁니다.

이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책을 써서 큰 돈을 벌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저 내가 일생에 걸쳐 축적한 전문성을 글자로 남기고 싶다는 욕망, 학력주의 사회에서 태어나 여지껏 살아오는데 내가 살았던 흔적 정도는 남겨야 한다는 강박, 내 자식이 부모에 대해 기억할 때 뭔가 손에 잡히는 유형의 물건을 주고 싶다는 바람, 또 어떤 경우에는 책을 써서 앞으로 나에 대한 최고의 홍보수단으로 삼고 싶다는 현실적인 요구 등 수많은 요인들은 우리로 하여금 책을 쓰고 싶도록 만들어줍니다.

 

실상 책을 쓰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많이 접하게 되는 250 – 300페이지 내외의 책 한권을 쓰기 위해서는 A4 종이에 10포인트 활자로 약 120장 정도의 원고가 있으면, 그 이후 적당한 사진이나 삽화, 도면 등을 첨부하고, 편집과정 등을 거쳐 책 한권은 완성됩니다.

 

앞에서 말한 120장 중에서 ‘내가 아니면 쓸 수 없는 부분’ 은 고작해야 30-40페이지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누구나 자료를 참고하면 쓸 수 있는 부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좀 심하게 말한다면, 하루에 1장만 쓰더라도 한달 남짓이면 핵심적인 부분은 완성할 수 있는 것이며, 그 이후에는 시간만 지나면 원고는 완성되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그저 ‘책을 써야 한다’ 라는 말과 생각만 있지 실제 실행에 옮기지는 못합니다. 그 이유와 해결법을 제가 생각하는 차원에서 한번 말씀드리죠.

 

우선, 책은 시장에서 상품으로 거래되는 재화입니다. 따라서 철저히 소비자의 선택에 의해 구매가 결정됩니다. 처음 책을 썼을 때는 아는 사람들이 한두권씩 사고, 어떤 경우에는 100권 이상 대량으로 구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출판은 100권 판매 정도로 해결될 수 있는 사이즈의 사업이 아닙니다. 전국의 주요 서점에 배포하는 권수만 하더라도 수백권은 아주 기본이며, 그 외에도 많은 수량이 인쇄되어야 합니다. 그러기에 지인을 통한 판매 수준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럴 경우, 우리는 책을 처음 구상할 때부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가 아니라 ‘소비자가 듣고 싶은 이야기’ 또는 ‘소비자가 알고 싶어하는 이야기’ 를 구상해야 합니다. 그리고, 문체나 내용의 난이도 또한 ‘내가 생각하기에 적절한 수준’ 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맞는 수준’ 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저는 ‘보통사람 책만들기’ 라는 강의아이템을 만들어서 이곳 저곳에서 강의를 해 왔습니다. 판에 박힌 듯한 뻔한 얘기들이 주를 이루는 강의였지만, 그 과정에서 제가 배운 것이 하나 있습니다.

 

어느날 강의를 마쳤더니 그 회사의 사장님이 저에게 와서 활짝 웃는 얼굴로 ‘정말 좋은 강의를 들었고 감사하다’ 라고 하셨습니다. 미리 약속된 강의료에 약간의 보너스를 얹어서 주셨으며, 게다가 그 도시의 최고급 호텔에서 하루 쉬고 갈 수 있도록 배려까지 해주셨습니다.

 

이렇게 고마운 와중에도 제 귀를 때리는 말은 다른 말이었습니다. 그 사장님은 ‘나도 책을 쓰고 싶었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그동안 못하고 있었다’ 라고 하시더니, ‘요즘 내가 XX 때문에 좀 바쁜데, 그것만 끝나고 나면 바로 시작해야겠다’ 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사실은 이 말이 핵심입니다. 공부도 그렇고, 다른 일도 그렇지만, 책을 쓰는 것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오늘 시작하라’ 입니다. 바쁜 일이 있으므로 그것만 끝내고 하겠다고 생각한다면, 그 ‘바쁜 일’이 끝날 때가 되면 ‘또다른 바쁜 일’이 닥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가수 송창식의 노랫말처럼, ‘하루 이틀 사흘, 한달 두달 석달, 일년 이년 삼년, 이내는 한 평생’이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딱 한줄을 써도 좋습니다. 오늘 바로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다들 아는 것처럼 ‘일은 시작해야 끝이 난다’ 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아직 실현은 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 당시 저는 ‘보통사람이 책을 쓸 수 있도록 여러 부문을 도와주는 출판매니저’ 를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사실 그것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다음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은 ‘매일 하라’라는 것입니다. 이 또한 자신의 나태함을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인데, ‘오늘 하루는’ 못 하는 이유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렇다면 ‘딱 한 줄만 쓰더라도’ 매일 해야 하는 것입니다. 하루 밀리면 이틀 밀리는 것은 쉬워집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이 바로 ‘마지막을 정하라’ 라는 것입니다. 어차피 일은 끝이 없이 이어지고, 원고를 쓰는 작업 또한 끝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책 한권을 원고를 고치고, 다듬고, 추가하고, 삭제하면서 평생을 보낼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물리적으로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는 일자를 미리 정해 놓고 움직이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날짜를 정해도 되지 않으면 어떡할거냐’ 라는 질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냥 제가 쓰는 방법 중 하나이기는 한데, ‘마지막을 써 놓아라’ 라는 방법을 권유하고 싶습니다. 글은 생물이어서 쓰다보면 달라질 수 있고, 그래서 원고의 마지막 또한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다를 수 있지만, 그래도 시작단계에서 마지막을 먼저 써 놓으면, 글의 구성에 통일성을 가지기도 쉽고, 또한 진도관리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저희에게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그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나이가 들수록 뼈를 때리는 말입니다.

 

평범의 연속이 비범이다

 

라는 말씀이었습니다.

 

평범하게 그리고 또 평범하게, 오늘부터, 그리고 매일, 한줄 두줄, 한 페이지 두 페이지, 한 챕터, 두 챕터를 써나가면 머지 않아 책 한권의 원고를 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유일

정부지원사업, 해외투자유치, 콘텐츠 전문가

現) 탤런트뱅크 전문가
前) 다산네트웍스 고문
前) 월트디즈니 TV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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