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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로 살기 13
어디까지 끌려갈 것인가 2

가끔은, 전문가들에게는 별 것도 아닌 일이 클라이언트에게는 대단한 일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일에 대해서는 금전보상과는 무관하게 응하기도 합니다.

전혀 모르는, 혹은 거의 모르는 사람이 일을 부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 자체는 그다지 대단하지 않지만, 그런 부탁을 받고나면 ‘저 사람이 나를 얼마나 안다고 저런 부탁을 해오지?’ 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건 대부분 그런 부탁을 하는 사람의 개인적인 성향과 관련됩니다. 그런 사람들은 온 세상을 다니면서 그렇게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작은 일들을 부탁하고, 그걸 별 것도 아닌 것처럼 여깁니다. 그리고 언제나 하는 얘기는 ‘서로 도와가면서 살아야지. 언젠가 나도 부탁하면 들어주면 되잖아’ 입니다. 하지만 정작 그 사람에게 다른 사람이 쉽게 부탁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저는 젊은 시절부터 해외업무를 많이 하다보니 유럽이나 미국의 각종 서식이나 서류에 익숙합니다. 100페이지를 넘는 계약서의 경우에는 물론 전혀 다른 얘기가 되겠지만 (어떨 때는 그런 것도 부탁이 들어오곤 합니다), 간단한 청구서, 독촉장, 최고장, 납품서 등 딱 한페이지면 되는 것들도 많은데, 이런 것들을 쉽게 생각하고 부탁을 해오곤 하는 것입니다.

 

제가 친한 친구나, 저와 상시적으로 거래하는 클라이언트가 그런 부탁을 한다면 당연히, 그리고 즉시, 무료로 해줍니다. 그 정도는 해줘야 합니다. 하지만 얼굴 딱 한번 본 사람, 누군지 얼굴도 가물가물하는 사람이 그런 부탁을 해올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참 난감해지죠.

저는 이 경우 알았다고 하면서 아주 밝은 목소리로 ‘그럼 10만원만 입금해주세요’ 라고 하면서 ‘일 시작합니다’ 라고 말합니다. 가끔은 그때 그때 기분에 따라 10만원이 5만원으로 줄어들 때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런 말을 했을 때 정말로 입금하기 위해 계좌번호를 물어온 사람은 딱 2명이었습니다. 어차피 10만원이라는 돈이 한 사람의 재정상태를 좌우할 액수도 아닌데,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말이 달라졌던 것입니다. 즉, 그 사람들에게 저는 ‘10만원 가치’ 도 안되는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계좌번호를 준다고 해서 제가 그 돈을 받지는 않습니다. 정말로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하는 사람에게는 ‘에이~ 10만원을 어떻게 돈으로 받습니까? 그냥 다음에 밥이나 한번 사주세요’ 라고 하고는 아주 편한 마음으로 그 일을 해 줍니다. 어차피 5-10분이면 되는 일이니까요.

10만원 지불을 거절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전화를 끊으면서 저에게 욕설을 퍼부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차피 그렇게 한번 일을 치른 사람들은 앞으로 볼 일도 없으니 신경 쓸 필요도 없습니다.

또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아주 흔쾌히 승락하면서 ‘그럼 이번까지는 제가 돈을 받지 않는 것으로 하겠습니다’라고 하는 방법입니다.

1년 정도 지난 일 같은데, 제가 아주 가깝게 지내는 고등학교 및 대학교 선배님이 어떤 분과 사업을 같이 하기로 했던 모양입니다. 그 과정에서 투자유치를 위해서 몇가지 자료들이 필요했는데, 처음에는 고작 30분이면 되는 것을 부탁하더니, 다음번에는 최소한 하루이틀이 걸리는 투자제안서를 부탁하는 것입니다.

투자제안서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그건 나 같은 개인에게 말하지 말고 전문적인 회사에 의뢰하라’ 라고 했더니, ‘그냥 간단하게만 만들어 주면 된다’ 라고 말했습니다.

존경하는 선배님과 같이 앉아 있는데 너무 심하게 할 수도 없어서 ‘그렇다면 저에게 주실 수 있는 보상은 어느 정도입니까?’ 라고 했더니, ‘아직은 돈이 없어서 나중에 꼭 보답하겠다’ 라고 합니다. 물론 그런 말이 나올 것을 예상하고 한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럼 이번까지는 무료로 해드리겠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XXX선배님 때문입니다’ 라고 하고는 정말로 ‘간단하게’ 해 드렸습니다. 그 이후 1년 이상의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연락이 오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다른 사람에게 무료로 뭔가를 부탁하고 있을 것입니다.

일이 꼬리를 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정한 금액을 받기로 했는데, 그 일이 완수되고 나서 돈은 안 주고 계속 자잘한 것들을 부탁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그냥 끊습니다. 그러면 조금 있다 또 제가 필요하면 연락이 옵니다. 보통은 그때 지난번 일한 댓가를 입금합니다. 그리고는 또 일을 시킵니다. 그러면 일을 대충 마무리해 놓고, 그 문서를 클라우드에 올려 놓은 다음 ‘돈을 입금하면 5분 내로 송부하겠다’ 라고 합니다. 별의별 말로 다 설득하지만 이미 한번 당한 상대방에게 또 당한다면 그건 제 문제입니다. 급한 사람은 돈을 입금하고, 그러면 저는 클라우드 링크를 즉시 카카오톡으로 보내줍니다.

이 사람은 화장품개발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 이후에도 가끔씩 이런 저런 것들을 부탁해 오곤 하는데, 언제나 저는 같은 방법을 사용합니다.

앞편에서 드린 말씀 다시 드립니다. 망각의 능력. 그것이 가장 먼저 필요한 능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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