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많은 일이 회사에 몰아칩니다. 머리가 복잡하네요.”
2세 대표와의 첫 대면에서 들었던 첫 마디였습니다.
전 이렇게 답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변화하는데, 변화한다는 사실만 변화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변화로 가는 에너지는, 조직이 생존할 수 있게 만들죠.”
모든 기업의 행보에는 크고 작은 스토리가 있습니다. 창업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지금부터 내일로 이어지는 스토리에는 생명이 있습니다. 생존과 성장, 이음의 여정이 있습니다.
30년 역사를 가진 기업을 만났습니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한발 한발 내딛는 동안, 다른 한쪽에는 승계와 후계라는 가업승계의 이음에 서 있었습니다. 회사는 최근까지 큰 굴곡 없이 안정된 경영을 지속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안정은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고, 몰아치는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한 경직된 문화는 기업 활동의 유연성을 저해했습니다.
기업 ‘건강진단’
신체의 건강은 서서히, 그리고 갑자기 주저앉습니다. 주기적인 건강검진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기업이라는 생명체도 주기적인 진단이 필요합니다. 기업진단은 적시에 이뤄지는 회사의 경영성과를 숫자로 요약한 재무제표 분석에서 시작합니다.
대표가 경영성과의 불안을 인지하게 된 것은 자금 흐름이 원활치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재무 구조의 심각성을 인지한 것은 최근이었습니다. 더 정확히 말씀드리면 현금 부족 현상을 이렇게 느껴본 것은 처음입니다.”
우선 기업의 재무성과를 분석하고 진단하기 위해 3년간 감사보고서, 세무조정계산서를 요청했습니다.
아래 표는 최근 3년간 요약한 매출/비용 분석입니다. <표1>을 읽어서 진단할 수 있는 것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처방하고 무엇을 조언할 수 있는지 생각해봅시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반듯한 회사로 올려놓은 CFO 스티브 발모는 “여러분은 회계(accounting)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재무회계를 넘어 관리회계는 훨씬 더 중요합니다. 관리회계는 어떻게 수익을 인식하고 어떻게 원가를 측정하는지 방법을 생각하게 하기 때문입니다.”라고 외쳤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우리 중소기업의 경영자들은 회계 숫자와 가까이하지 않을까요?
기업 재무 진단법:
(1) 기존사업의 매출원가율 상승 요인 파악
– 원가 상승 요인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 및 노무비 부담 영향 파악
– 회사의 가격(pricing) 전략 확인
(2) 신규사업에 대한 원가율 상승 원인 파악 및 신규사업 비즈니스 모델 파악
(3) 손익분기점 매출을 위한 영업상황 파악 및 회사의 요구되는 목표이익 파악
(4) 당사의 고정비 분석 : 조정 가능한 비용 검토
1) 지속 성장 기반: 구조조정이 아닌 인식의 조정
“회사에 관련된 정보를 잘 융합하고, 회사의 미션, 비전, 핵심가치를 늘 경영활동과 정렬(align)하고, 성과에 대한 평가를 올바르게 해서 공정하게 배분해야 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실행하려면 어디서부터 손대야할지 막막합니다.
그 답은, 숫자를 생성하여 관찰하고, 그 숫자에 담겨있는 에너지의 흐름을 발견하고 순환을 유지하는 데에 있습니다.
분석된 <표1, 3개년 매출/비용 분석표>에 의하면 2021년의 손익분기점 매출액은 570억임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매출은 550억이었습니다. 손익분기점 분석에서 읽을 수 있는 진단은 2021년 회사의 비용 구조로 고정비를 커버할 수 있는 매출액은 570억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매출 성과가 550억을 달성했기 때문에 고정비도 커버하지 못하고, 약 3억5천의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기업 경영상 최소한 고정비를 커버하기 위해서는 고정비를 줄이거나 원가를 절감해 변동비율을 줄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고정비를 줄일 인원배치 검토, 구매비 절감, 생산성 향상 등 기업구조 조정을 처방하겠지만, 이 진단은 당장의 진통을 줄이기 위한 조제에 불과합니다.
좀 더 근본적인 대안을 들여다봅시다.
흔한 이야기고, 틀린 적 없는 이야기입니다. 기업을 운용하고 이끌어가는 관점을 전환시켜야 합니다.
사업의 방향, 사업을 이끈 경영자의 판단, 사업에 운용되는 기술적, 사회적 상황을 바라보는 습관화된 인식을 관찰하여,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조정해나가야 합니다. 기존의 성공 경험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상황을 객관화시키기 위해 정보를 습득하는데 게을리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의 방향을 늘 공유하도록 상하좌우 소통하고, 바른 인재를 채용하여 성장시킬 학습조직을 구축해야 합니다.
2) 가업승계하기 좋은 시기: 위기는 기회를 포용합니다
기업의 위기는 조직을 변화시키는 최적의 타이밍입니다. 그리고 그 위기의 상황을 기회의 타이밍으로 전환 시킬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위기를 인식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회사는 조직을 변화시키는 동시에 가업승계 최적의 타이밍을 잡을 수 있습니다.
최근 손익이 급감한 법인(특히 부동산 과다 법인), 그러나 향후 수익의 향상을 기대하는 법인은 현재의 저평가된 주식 가치로 상당한 주식 지분을 빨리 증여해야 합리적입니다. 여기서 승계 이슈를 만들어내는 스타팅 포인트를 마련해봅시다.
<표2>를 봅시다. 2020년에 가업승계 증여특례를 고려했다면, 30억 증여특례 한도로 증여세 2억5천만원을 부담하고 590,000주, 지분율 42%를 확보할 수 있었으나, 2022년 현재는 980,000주, 70%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후계자가 과반수 이상의 지분을 갖게 됩니다. 또한 가업승계 증여세 특례는 이후 수익향상이 되어 주식 가치가 높아지더라도 특례를 받은 30억의 가치는 고정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즉, 상속세 절감 효과까지 있어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이음의 타이밍 찾기
기술 혁명으로 인한 변화의 시대인 지금은 ‘창업의 시대’라고 불립니다. 시대의 흐름에 앞서 새로운 에너지의 창출과 성장을 일으키는 창업은 위대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온 지난 시대의 주인공인 창업자 퇴진이 가시화되고 있는 ‘승계의 시대’이기도 합니다. 회사는 변화를 일으키는 인식의 조정을 통해 지속 성장을 이어나가고, 이음의 타이밍을 인식해 지혜롭게 가업승계의 출발점에 서서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문규선
現) 탤런트뱅크 전문가
前) 퍼시스 CFO
前) COSTEL 부사장
前) 독일 Hettich 한국사무소장
“리더의 진정한 조력자라는 비전을 갖고, 기업 현장에서 개선점을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설계해
리더가 스스로 이행할 수 있는기업문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시대가 변하고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서 예전엔 골칫거리였던 문제가 쉽게 풀리기도 하죠. ‘산업구조 해부’는 실무를 뛰는 엄선된 전문가들이 직접 쓴 현장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기업 문제를 손쉽게 고치는 전문가들의 인사이트를 둘러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