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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2: 배출된 탄소를 자원으로 활용해봅시다

탄소중립 달성, 어떻게 해야 할까요?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가장 먼저 탄소배출량을 줄여야 합니다. 탄소배출 저감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파급 및 기대효과가 가장 큰 기술은 저탄소 발전기술, 수소경제, 대규모 해상풍력발전, 탄소중립 빌딩입니다. 신재생에너지는 지난 20년간 육성정책을 펼쳤지만 1차 에너지원 기준으로 겨우 3.4%를 달성했습니다. 태양광 발전은 더 이상 산을 파헤쳐 환경을 파괴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고, 앞으로 지붕 태양광 외에는 크게 확장할 공간을 찾기 어렵습니다. 육상 풍력은 저주파 소음 문제로 민원이 많아서 난관에 부딪힌 상태입니다.

철강∙시멘트∙정유∙석유화학은 대기업이 차지한 분야로,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기업은 충분한 규모와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상황이 다릅니다. 자체 대응할 능력이 부족하고, 투자비를 감당하기도 어렵습니다. 정부가 장기적으로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한 후, 중소기업에 확산시키기를 바랍니다.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한전은 2021년 11월 10일, 2050년까지 석탄발전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2022년 경영난으로 석탄발전 상한제를 한시유보하기로 했습니다.

포스코는 탈탄소를 위해 석탄을 열원으로 사용하며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고로방식 대신, 수소로 철을 생산하는 ‘수소환원 제철’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수소환원 제철 준비 단계인 ‘전기로 공정’도 추가했습니다. 2026년에는 고로 대비 탄소배출량을 75%가량 줄이는 ‘전기로’를 본격적으로 가동할 계획입니다.

현대자동차는 2040년까지 차량운행, 공급망(협력사),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2019년 대비 75% 줄이고, 탄소제거기술을 도입해 2045년까지 배출량 제로를 달성할 방침입니다. 또 EU시장에는 2035년부터, 기타 주요시장에는 2040년부터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 전기차만 판매할 것이라는 포부를 발표했습니다.

SK그룹은 2050년까지 전세계 모든 사업장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기로 했습니다. LG화학은 중국 공장에서 현지 풍력·태양광 에너지를 쓰기로 했습니다. GS칼텍스는 스웨덴 에너지 기업으로부터 탄소중립 원유 도입을 추진 중입니다.

기업의 다양한 노력의 성과로 2019년 이후 발전, 화학, 철강 등 산업 부문과 수송 부문에서 에너지 소비가 상당히 줄었습니다. 2021년 기준 전년 대비 총 발전량은 1.9% 감소했습니다. 발전‧열생산 부문 배출량은 2020년보다 12.4%(3100만톤) 줄었고, 원전 발전량은 오히려 9.8% 증가했습니다. 2020년 발전량 비중은 높은 순서대로 석탄발전 36%, 원전 29%, 액화천연가스 26%, 신재생에너지 9%였습니다.

수송 부문 배출량은 코로나19에 의한 여행 감소와 ‘저공해차 보급’과 같은 탄소 감축 정책 효과로 전년 대비 4.1%(410만톤) 감소했습니다. 전기차와 수소차,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2019년 58만3000대에서 2020년 79만6000대로 36%나 급증했습니다.

산업 부문에서 생산량이 줄어 화학에서 350만톤, 철강에서 240만톤, 시멘트에서 220만톤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감소율은 시멘트 8.9%, 화학 7.6%, 철강 2.5%였습니다.

걸음마 단계인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

위에서 언급한 탄소저감기술만으로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40%까지 감축하기 어렵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 Storage) 기술 없이 Net-Zero는 불가능하며, CCUS 기술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탄소 포획과 활용 기술은 개발 속도가 관건입니다. 기업연구소는 물론 국책 연구기관에서도 상당히 투자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유럽에 비해 뒤늦게 탄소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지만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기술을 상용화하려면 많은 비용이 들고, 위험부담도 큽니다.

 

1) 탄소포획 기술

공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분리하고 정제하는 기술입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 수요도 크기 때문에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에너지 소모가 많은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분야에서 대기업들이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전문 솔루션 기업들도 다수 등장했습니다. 탄소포획 시장이 커지려면 활용∙저장 기술이 함께 발전해야 합니다.

현재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분야는 에너지 소비 저감, 산성가스에 의한 부식문제 해결, 폐수가 발생하지 않는 건식흡수 방법, CO₂를 선택적으로 투과시키는 분리막 기술입니다.

2) 탄소자원화 기술

포획된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하거나 정밀화학 및 플라스틱 원료로 전환하는 기술입니다. 한국 기업들은 충분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고, 잠재적 성장력 또한 큽니다. 다만, 탄소자원화 기술이 수익을 낼 수 있을 만큼 산업 규모가 커지려면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됩니다. 정밀화학 제품은 소량 다품종이고, 기존 석유화학 공정에서 생산되는 원료만큼 저렴해야 가격 경쟁력이 생깁니다.

3) 탄소 저장 기술

가장 현실적인 탄소 제거 방법은 ‘포획한 이산화탄소를 암반층에 저장하기’입니다.

포집원과 저장소 간 거리는 파이프라인으로 이송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트럭∙선박 등으로 수송하려면 압축 설비 등 별도의 부대비용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육상 지중에 저장하면 좋지만 민원문제로 좌초된 사례가 많습니다.

1972년 미국 테렐 천연가스 가공 단지(Terrell Natural Gas Processing Plants)는 이산화탄소를 지층에 저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26개의 대형 상용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며, IEA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최대 4,0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저장 중입니다. 현재 추진 중인 프로젝트는 37개이고, 상업 운영을 시작하면 연간 약 7,500만톤의 CO₂를 추가로 제거할 수 있습니다.

사업성이 가장 높은 저장방식은 유전(또는 가스전)에 이산화탄소를 주입, 가압하는 EOR(원유회수증진, Enhanced Oil & Gas Recovery)입니다. 원유를 계속 채굴하면 지층부의 압력이 낮아져 원유를 뽑아내기 어렵습니다. 여기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면 압력이 높아져 생산효율이 좋아집니다. 원유 생산량이 2~3배 증가하는 확실한 이점을 얻을 수 있어서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습니다.

 

대규모 상업용 CCUS 프로젝트 현황 (2020년 기준, 국제에너지기구)

국가

프로젝트명

가동

추출원

포집용량

저장방식

미국

Terrell Natural Gas Processing Plants

1972

천연가스

0.5 Mt/년

EOR

미국

Enid fertiliser

1982

비료 생산

0.7

EOR

미국

Shute Creek gas processing facility

1986

천연가스 공정

7.0

EOR

노르웨이

Sleipner CO2 storage project

1996

천연가스 공정

1.0

지층 저장

캐나다

Great Plains Synfuels (Weyburn/Midale)

2000

천연가스 공정

3.0

EOR

노르웨이

Snohvit CO2 storage project

2008

천연가스 공정

0.7

지층 저장

미국

Century plan

2010

천연가스 공정

8.4

EOR

미국

Air Products steam methane reformer

2013

수소 생산

1.0

EOR

미국

Lost Cabin Gas Plant

2013

천연가스 공정

0.9

EOR

미국

Coffeyville Gasification

2013

비료 생산

1.0

EOR

브라질

Petrobras Santos Basin pre-salt oilfield CCS

2013

천연가스 공정

3.0

EOR

캐나다

Boundary Dam CCS

2014

석탄 발전

1.0

EOR

사우디

Uthmaniyah CO2-EOR Demonstration

2015

천연가스 공정

0.8

EOR

캐나다

Quest

2015

수소 생산

1.0

지층 저장

UAE

Abu Dhabi CCS

2016

철강 생산

0.8

EOR

미국

Petra Nova

2017

석탄 발전

1.4

EOR

미국

Illinois Industrial

2017

에탄올 생산

1.0

지층 저장

중국

Jilin oilfield CO2-EOR

2018

천연가스 공정

0.6

EOR

호주

Gorgon Carbon Dioxide Injection

2019

천연가스 공정

3.4~4.0

지층 저장

캐나다

Alberta Carbon Trunk Line(ACTL)

2020

비료 생산

0.3~0.6

EOR

캐나다

ACTL with NW Sturgeon Refinery CO2 stream

2020

수소 생산

1.2-1.4

EOR

탄소의 지층 저장을 향한 비판도 많습니다. 암반에 저장한 이산화탄소가 시간이 지나면서 지하수나 해수로 유출되므로 영구적인 처리방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17년 완공된 세계 최대 CO₂ 포집·저장시설 ‘페트라 노바 플랜트’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한 CO₂의 90%를 포집·제거하고 있으며, 이는 자동차 35만대를 줄이는 것과 비슷한 수치입니다. 탄소배출량 자체를 줄일 순 없어도, 탄소가 배출되는 시점은 미룰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탄소자원화 국가전략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2019년 포항에서 CO₂ 100톤을 해상 지중에 저장하는 실증에 성공(세계에서 3번째 해상 실증)했습니다. 동해가스전을 활용해 2025년부터 연간 40만톤씩 총 1200만톤의 CO₂를 지중 저장하고, 서해 군산분지 대염수층에도 대규모 저장시설을 건설할 계획입니다.

 

와닿지 않는 ESG, 정말 준비해야 할까요?

글로벌 투자그룹들은 수 년 전부터 재무적 실적보다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ESG 경영을 중요한 기업가치 평가요소로 삼고 있고, 탄소배출을 기업의 미래 리스크로 취급합니다.

네덜란드 투자사인 APG가 2020년 한전의 보유 주식 6,000만 유로를 전량 매각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매각 사유에 대해 “한전이 화력발전 비중을 줄이지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한 잠재 리스크가 크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탄소중립은 앞으로 기업의 투자유치를 좌우하는 핵심요소가 될 것입니다.

국내 5대 로펌 및 대형 회계법인들은 ESG연구센터를 설립하여 30~40명의 전문인력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핵심적인 경영컨설팅 이슈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ESG 경영에 대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한 마디로 답하기 어렵습니다. 아직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준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정부가 ESG 보고서 공시 의무화를 2030년 이후로 미룬 이유라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볼 때, 향후 수 년간 탄소중립에 대한 대응전략은 ESG 경영보다는 ‘탄소저감’과 ‘탄소제거’라는 기술혁신이 핵심 이슈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술혁신이 뼈대고, ESG 경영은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한 대내외적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답은 현장에서 찾아야 합니다. 탄소배출은 눈에 보이는 수치로 표현됩니다. 우리 회사에서 탄소가 배출되는 공정요소가 있다면, 하나 하나 찾아내서 제거해야 합니다.

탄소배출량 줄이기는 회사의 생존을 건 전쟁이다. 앞으로는 자동차 회사가 내연기관 생산라인을 뜯어내고, 전기차 라인으로 전환할 수 밖에 없는 것처럼, 패러다임을 뒤엎는 기술혁신이 필요합니다.

 

 

 

 

정석균
에너지 컨설턴트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現) 탤런트뱅크 전문가
前) 정밀 분석/측정기기 개발
前) 폐기물 에너지화 프로젝트
前) 신재생에너지 사업개발, 기술사업화 컨설팅

 

시대가 변하고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서 예전엔 골칫거리였던 문제가 쉽게 풀리기도 하죠. ‘산업구조 해부’는 실무를 뛰는 엄선된 전문가들이 직접 쓴 현장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기업 문제를 손쉽게 고치는 전문가들의 인사이트를 둘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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