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수준의 보수는 아마도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하지만, 은행원이 과연 얼마나 안정적인 직업일 것인가는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언젠가부터 집 주변에 은행 점포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인터넷 뱅킹을 통해서 은행 업무를 처리하고, 이제는 인터넷 은행마저 등장하면서 단 한 번의 은행 방문 없이도 계좌를 개설해서 거래를 하는가 하면, 심지어는 대출마저도 비대면으로 진행해하며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사람에게 거액의 돈을 빌려주는 일도 일상이 되었습니다.
은행 산업은 전통적으로 정부의 강력한 규제가 존재합니다. 은행의 역사는 일반적인 기업의 형성 과정과 별 차이가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지만, 1920년대 대공황 이후 은행을 보는 시각은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건설된 산업체제 속에서 그 기능을 돕기 위해 생성된 것이 은행이었지만, 대공황을 겪으면서 사람들은 ‘천재지변이나 전쟁으로 생산 시설이 잃은 것이 아닌데도 경제의 심각한 문제가 닥칠 수 있다’ 는 인식을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바로 ‘돈의 유통’ 즉 금융의 새로운 면모를 보게 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은행에 대한 정부의 규제는 심해져 갔습니다.
구한말에 처음으로 생기기 시작한 우리나라 은행은 일본강점기에 주로 일본은행의 조선 내 지점으로 존재했습니다. 그러다 해방 이후 기존의 조선은행이 한국은행으로 바뀌고, 각종 은행이 시중은행으로 독립하는가 하면, 1960년대 이후 정부의 필요에 따라 각종 국책은행이 생기면서 그 기본적인 얼개가 만들어졌습니다. 긴 세월동안 약간씩의 변화는 있었지만 그 모습은 대체로 비슷하게 이어왔습니다.
은행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IMF 외환위기와 대우사태, 그리고 부실 은행 정리 등 많은 충격적 사건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은행도 언제든지 없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사람들의 뇌리 속으로 들어오고, 이에 따라 은행들은 자생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절박감에 휩싸이게 된 것입니다. 오늘날 은행의 변화는 이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수준이지만 여태껏 보여준 변화보다는 지금부터 더 큰 변화가 있을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은행의 성격 변화
기존 은행의 기본적인 기능은 예금, 송금, 대출, 외환 등을 창구에서 처리하는 것이었던 반면에, 앞으로의 은행은 종합적인 금융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것이 은행의 생존을 결정하는 요소가 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은행조직이 가지는 경직성은 경쟁 속에서 도태되는 발전의 저해요소가 되어 계속해서 다른 은행의 먹이가 될 수 밖에 없는 정글 경제가 펼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은행의 이러한 변화를 가장 앞서서 주도하고 있는 요소는 외부적 변수입니다. 디지털 플랫폼의 출현과 모바일금융환경의 도입은 이런 변화를 앞서서 끌어가고 있으며, 이제는 은행 내부에서 이를 해결한다는 것에 한계를 느껴 외부 플랫폼과의 활발한 제휴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은행은 그들이 가진 공신력과 브랜드이미지, 그리고 이미 만들어진 거대자본을 이용하여 카드, 증권, 보험 등 계열사들과 통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해야만 살아남는 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최근에 와서 두드러지게 보이는 ‘금융지주회사’ 가 바로 그런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은행 업무의 자동화
은행 업무 중 상당 부분이 로봇으로 대체되리라는 것 또한 중요한 요인입니다. 아직도 일반적인 시중은행은 대출업무에 있어서 직접 대면상담 및 심사를 해야 하지만, 이미 인터넷 은행들은 이런 모든 절차를 생략하면서도 별문제 없이 대출을 해주고 있습니다. 최고의 주의를 기울여야 할 대출도 그런데, 단순한 예금, 적금, 환전 등의 업무를 로봇이 일정 부분 대행하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로봇이 은행의 업무 전반을 바꿀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빅데이터에 있습니다. 이미 빅데이터는 사람이 그동안 만들어온 경험치에 의한 예측이나 연역적으로 추출한 구조방정식보다 더 정확한 결과를 제공해 주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은행은 기업이나 가계의 신용도나 상환능력은 물론, 향후 은행거래의 가능성과 증감 가능성마저도 거의 정확하게 산출해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예측 하에 로봇은 은행원들이 하던 업무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기본적으로 인간이 만들어낸 프레임 속에서 기계가 움직이는 것이라면, 다음 트렌드는 분명히 AI (인공지능) 가 될 것입니다. 인공지능에 의한 새로운 은행 업무는 기존의 업무를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서, 소비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는 최적의 방식을 제공할 것이며, 이를 통해 소비자는 더 만족스러운 뱅킹을 경험할 것입니다.
지금 대학을 졸업하는 젊은이들에게 은행은 좋은 직장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들이 은행을 선호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고용의 안정성과 비교적 높은 보수 수준도 한몫을 할 것입니다.높은 보수 수준은 아마도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어쩌면 더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는 직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하지만, 은행원이 과연 얼마나 안정적인 직업일 것인가는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로봇은 점점 더 은행원의 업무를 대신할 것이며, 이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사람만이 은행 산업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박형규
ISP(Information Strategy Planning) 전문가
現) 탤런트뱅크 전문가
前) 지엔지솔루션 기술지원부 이사
본 아티클은 ‘Top-class 전문가 매칭 플랫폼’ 탤런트뱅크에서 전문가로 활동 중인 분이 직접 작성한 글입니다. 탤런트뱅크는 경영전략, 신사업, 마케팅, 인사, IT 등 비즈니스 10개 분야에서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를 Project 또는 자문 베이스로 고용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Top-class 전문가의 지식과 경험을 당신의 기업에도 적용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