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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나의 직업이 되어있는 콘텐츠 산업

콘텐츠 산업동향

프롤로그 :

어느 웹툰 작가의 중국 진출기

 

베이징 중국회사에 근무하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가족과 떨어져서 혼자 외국 생활을 하다 보니 저녁이 되면 할 일이 없어 그냥 아파트 방에 앉아서 컴퓨터를 통해 한국의 친구들이랑 이런저런 농담을 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상시 어느 정도 알고 지내던 중국의 영화 제작자가 연락을 해 왔습니다.

약간 다급한 목소리였는데, 중국어로 어떤 웹툰의 제목을 말하면서 찾아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웹툰은 한국의 젊은 작가가 만든 것으로 중국에는 인터넷에 해적판 버전이 퍼져 있었습니다. 심지어 중국어로 만든 제목이라서 그걸 한국어로 유추하느라 좀 고생을 하다 겨우 찾을 수 있었습니다. 웹툰은 단편 웹툰 딱 1편이었습니다. 중국 제작자는 그 작품을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하면서 빨리 그 작가를 섭외해서 계약을 체결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그 작가가 유명한 작가가 되어 있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아직 무명이었기 때문에 연락처를 알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고생끝에 이메일 주소를 알아 내었고, 이메일을 통해 용건을 간략하게 말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그 영화 제작자에게 전화해서 ‘연결이 되었다’라고 했더니, 즉시 한국으로 같이 가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당장 그날 저녁에 비행기를 타고 영화 제작자와 함께 서울로 온 다음, 그다음 날 신사동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작가를 만났습니다. 그는 30대 초반의 젊고 아주 잘생긴 작가였습니다.

그 순간까지도 저는 이 영화 제작자가 그 웹툰의 영화화 권리에 대해 어느 정도 수준의 보상을 생각하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막상 얘기가 시작되고 나서 제작자가 제시한 액수는 일반적인 상상을 훨씬 넘어서는 액수, 40만 위안이었습니다. 그 당시 중국 위안화의 환율은 1위안이 우리나라 원화의 가치로 약 160원 정도가 되던 시절이었으므로 6천만 원이 넘는 돈이었습니다.

시장의 상황을 잘 알고, 국내 에이전트들의 일반적인 행태나 능력을 잘 아는 저로서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는 액수였는데, 막상 그 작가는 뭔가 망설이는 듯했습니다. 대충 눈치를 채고 중국 영화 제작자는 화장실에 간다며 잠시 자리를 피했고, 그 자리에서 웹툰 작가는 국내 웹툰 에이전시의 이름들을 열거하면서 ‘그 회사들이랑 얘기할 계획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그 에이전시와 손을 잡는다고 하더라도 더 좋은 조건이 나오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에 작가를 설득해서 그 액수에 빨리 계약을 체결하라고 조언했고, 잠시 생각하던 작가는 중화권 내 영화 및 드라마화를 위한 계약에 동의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손으로 한글 계약서를 쓴 다음, 작가와는 기분 좋게 헤어졌고, 저는 영화 제작자와 함께 다시 베이징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이틀 후 계약 금액 전액을 송금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서울 시내 변두리의 어느 반지하 방에 혼자 살면서, 공동 작업 인력도 없이 혼자서 웹툰을 만들던 작가는 꽤 큰 돈을 벌었던 것입니다.

한국 콘텐츠

중국의 영화 제작자가 젊은 웹툰 작가로부터 양도받은 권리는 중화권 내에서 이 웹툰의 스토리를 활용해서 영화, 드라마, 인터넷 웹드라마, 연극, 뮤지컬 등을 만들 수 있는 범위 내였습니다.


 

한국 콘텐츠 산업의 오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고, 영화 미나리에 출연한 원로 여배우 윤여정 씨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는가 하면, BTS의 인기가 전 세계를 뒤덮는 등, 한국 콘텐츠 산업이 세계 최고의 위치까지 오르고 있습니다. COVID-19 사태 때문에 잠시 주춤하긴 했지만, 크지 않은 인구 규모에도 불구하고 영화 산업은 매년 성장해 가고 있으며, 한국에서 만들어진 웹툰은 중국 시장은 물론 세계 콘텐츠 시장의 아이디어 원천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규모상으로 전 세계 콘텐츠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심리적으로 언제나 가장 강력한 임팩트를 주고 있는 미국 시장을 석권한다는 것은 비슷한 예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영화관

한국의 콘텐츠가 이런 위치에 올라간 것은 물론 역사적으로도 처음 있는 일이지만,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도 그 누구도 가능성조차 짐작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면 경이로운 현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드라마 ‘보고 또 보고’ 나, 대중 가수 클론이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만 하더라도 문화적 할인 (Cultural Discount)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 시장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고, 젊은 창작자들 조차도 이 정도의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던 것이 지금과 같이 변해 버린 것입니다.


 

콘텐츠 산업의 어원과 현황

 

‘콘텐츠’ 혹은 ‘콘텐츠 산업’ 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그다지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멀리서 근원을 찾아보더라도 2000년대 초반 이후에나 나온 말이고, 그전에는 주로 ‘엔터테인먼트 산업’ 이라는 말을 사용했습니다. 실제로 지금도 우리나라를 벗어난 외국에서는 ‘콘텐츠 산업’ 이라는 말보다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이라는 말이 더 흔히 사용됩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라는 말에 들어 있는 단어인 ‘엔터테인먼트’라는 것은 무형의 생산물을 우리가 어떻게 향유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즉, 이 산업이 만들어내는 제품은 순전히 인간의 오락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죠. 이에 반해서, 콘텐츠 산업에서 말하는 콘텐츠는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어떤 시스템 안에서 그 제품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말하고, 또한 이 콘텐츠가 어떤 모습으로 시장 속에서 유통될 것인가를 적절히 가리킨다는 의미도 함께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VR

조그만 용어의 차이로 보이지만, 두 단어 사이의 전환을 가져온 원인과 그 효과는 대단한 것입니다. 콘텐츠라는 말은 기본적으로 IT기술에서부터 나온 것입니다. 처음 컴퓨터가 만들어지고, 1980년대 초반 이후 퍼스널컴퓨터가 시장에 나올 때, 컴퓨터 시스템을 나눌 때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그리고 데이터라는 3개의 단어가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양상이 달라지고, 데이터가 가지는 의미 및 그 형태가 변화하면서 분류는 다시 시스템과 솔루션, 그리고 콘텐츠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콘텐츠라는 말은 원래부터 IT시스템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아직도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이라는 말을 ‘콘텐츠 산업’ 이라는 말보다 더 자주 쓰지만, 이제는 ‘콘텐츠 산업’ 이라는 말도 별 부담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한국에서 선택한 영어 단어가 다시 본토로 가서 다른 모습을 가지게 된 경우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한국의 콘텐츠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한 사례입니다.

콘텐츠 산업을 받쳐주는 가장 큰 기반은 바로 인구이고, 다음은 경제력입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큰 발전을 이루어 왔지만, 좁은 국토와 많지 않은 인구 때문에 콘텐츠 산업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어려웠습니다. 또한 우리가 사용하는 한국어는 세계의 언어 시장에서 메이저 언어가 아니므로 외국으로의 확장 또한 쉽지 않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세계의 콘텐츠 산업계가 한국을 바라보는 눈은 전혀 다른 방향입니다. 경제력에 기반한 시장으로서의 의미보다는, 끊임 없이 새로운 내용의 콘텐츠를 생산해 내고, 발달한 IT기술을 적극적으로 콘텐츠 산업에 접목하며, 새로운 시도에 대해 언제나 개방적인 모습을 보이는 모범 케이스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세계는 지금 한국을 ‘무한한 오리지널 소스를 가지고 있는 나라’로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국의 위상이 재정립될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한국의 콘텐츠 산업계는 다른 업계와는 달리 직능단체 등 이익단체의 입김이 상대적으로 제한되어 있었고, 이에 따라 새로운 시도를 저해하는 각종의 규제들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것이 이유의 하나라는, 좀 아이러니한 측면도 있습니다.


 

콘텐츠 산업의 변화

 

UCC (User-Created Content) 가 각광을 받던 시절, 또 하나 우리에게 자주 들리던 말이 있습니다. 바로 Prosumer 라는 말이었습니다. 즉, 어떤 사람이 산업의 구조 속에서 생산자 혹은 소비자로 양분되는 프레임 속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생산과 소비의 두 영역 모두에서 활동한다는 개념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현대 콘텐츠 산업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prosumer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영화나 TV를 보면서 ‘저런 것은 주로 영화사나 방송사에서 잘생긴 배우들을 동원해서 만드는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이다’라는 생각을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지금도 많은 사람의 머릿속에 뿌리 깊게 박혀 있습니다. 이런 고정적인 산업 구조는 자연스럽게 제작인력 내의 견고한 이너써클을 만들었고, 철저히 도제식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 구조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기약 없는 기다림을 가져야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유튜브 때문이었습니다. 유튜브가 생긴 것은 생각보다 오래전의 일입니다. 처음으로 동영상을 업로드하기 시작한 것이 2005년이고, 2006년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해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지만, 그때만 해도 유튜브가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출 줄은 몰랐습니다. 지금 전 세계 인터넷 사용인구의 95%가 유튜브에 접속하며, 1분에 500시간 이상의 새로운 콘텐츠가 업로드되고, 개설된 채널만 하더라도 2,500만 개가 넘습니다. 또한 소비자들은 하루에 10억 시간 이상을 유튜브에서 소비하고 있습니다.

 

“유튜브는 콘텐츠 산업계에 3개의 뚜렷한 변화를 몰고 왔습니다.”

 

먼저, 콘텐츠 제작자가 되기 위한 장벽이 완전히 허물어져 버렸다는 것입니다. 그 전에 콘텐츠 제작자가 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의 교육 및 훈련과정, 그리고 도제식의 학습 과정을 거쳐야 했는데, 이제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약간의 노력으로 자신이 가진 휴대전화를 이용해서 유튜버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저도 2개의 유튜브채널을 운영하는데, 촬영은 휴대전화를 이용하고, 편집은 제가 가진 컴퓨터에 설치된 3만 원대의 간편한 편집프로그램을 이용합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이전 방송사에서 10억 원 이상의 비용을 들여 만들던 종합 편집실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둘째는 소재와 형식의 제한이 사라져 버렸다는 것입니다. 전통적인 방송들은 프로그램을 보도, 드라마,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정형화된 카테고리로 분류했고, 각각의 장르들은 만드는 방식이 대략 결정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튜브는 이런 형식을 완전히 없애 버렸다는 점에서 기존의 방송사가 절대 따라올 수 없는 영역을 개척했습니다. 동원할 수 있는 제작비가 많으면 많은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자신의 능력 범위 내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영상으로 만들 기회가 주어진 것입니다.

소재의 제한이 없어졌다는 점도 특이합니다.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콘텐츠를 즐길까 의문스럽던 콘텐츠도 수백만 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슈퍼 채널로 태어나고 있고, 어떤 경우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어 보이는 평범한 일상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전에는 주로 책을 찾아보거나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곤 하던 생활 속의 각종 지혜나 꿀팁도 이제는 유튜브에서 먼저 찾아보는 경우가 일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3가지의 변화 중 시장을 바라보는 측면에서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유튜브의 소비자 직접 접촉 가능성 제공입니다. 고전 미디어 시장에서 어떤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그 아이디어를 영상화해서 최종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먼저 제작자의 까다로운 평가를 통과해야 하고, 그 이후에도 투자자의 결정, 방송사의 편성, 광고주의 선택, 그리고 최종적으로 시청자의 구미를 맞추는 등 수도 없이 많은 단계를 넘어야만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이 과정에서 최종소비자의 취향이 왜곡되는 결과도 가져왔으며, 특히 방송사라는 거대자본이 가지는 경직성과 보수성 때문에 새로운 시도는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경우도 항상 있어 왔습니다.

유튜브는 이런 모든 과정을 생략하고, 콘텐츠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최종소비자와 직접 교류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집니다. 이 과정은 아주 전형적인 완전 자유경쟁 시장의 형태를 보이며, 이미 유튜버들은 기발한 발상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광고 수익의 배분과 프로그램 내부 광고, 그리고 구독모델 등은 유튜버들이 더욱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기반으로 제공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다 보니, 내가 평상시 가지고 있던 소소한 생각이나 몇 가지의 지식, 그리고 오랜 경험을 통해 축적된 경험 등이 자유롭게 영상 콘텐츠가 되어 유튜브를 통해 유통되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콘텐츠 제작자가 되어 있는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이다음 변화는?

 

개인 콘텐츠의 시대가 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이제 콘텐츠 산업 또한 개인의 창의력에 의존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거대한 싸움에서 승자는 분명히 유튜브입니다. 유튜브 자체가 세계적인 대기업의 산하에 있는 기업이긴 하지만, 또한 유튜브는 창의성을 가진 개인에게 경제적인 기회까지 제공하고 있습니다.

소수의 폐쇄적 집단이 만드는 콘텐츠 사회에서, 다수의 일반 대중들이 만드는 콘텐츠 사회로의 진입은 이미 완료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다음 변화는 어떤 모습일지가 궁금해집니다.

먼저,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등급화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에 자신의 콘텐츠를 만들어서 올리는 사람은 수천만 명에 달하지만, 이 중 99%는 수익을 발생시키지 못하거나, 한 달에 불과 몇 달러 수준에 불과한 미미한 수준입니다. 이 중에서도 다른 콘텐츠의 원형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오리지널 소스로서의 의미를 가진 것은 더 적습니다. 그러므로, 향후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에 의해서나, 혹은 산업계 내에서 자연 발생하는 시스템을 통해서라도 크리에이터는 등급화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크리에이터의 등급화는 다시 한번 자유로운 아이디어를 막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지만, 시장 속에서의 효율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유튜브 등급화

거대자본이 콘텐츠 산업에 진입할 때 독점 대상이 변화할 것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그동안 거대자본은 이 산업 분야에 들어올 때 처음에는 주로 정부 권력으로부터의 허가를 획득하는데 큰 힘을 기울였고, 다음으로는 제작의 각 요소, 즉 대규모의 장비나 시설, 출연자 집단, 작가 집단 등에 대한 통제력을 자본을 통해 획득하는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거대자본은 오리지널 아이디어를 가진 집단에 대한 접근을 최우선으로 할 수 있습니다.

산재한 콘텐츠의 집합화 및 묻힌 콘텐츠의 발굴이 가지는 산업적 의미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현재는 백가쟁명을 넘어서서 수천만의 크리에이터들이 시장 속에서 각개약진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앞으로 이러한 크리에이터들을 새로운 기준에 따라 다시 집합화하고, 또한 인터넷의 바닷속에 묻혀 있는 가치 있는 콘텐츠를 발굴하는 모습이 나타나리라는 것은 필연적입니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예상해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변화양상은 바로 기술과의 접목양상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콘텐츠의 창작 행위는 인간이 만들어내는 서사구조의 영역을 벗어날 수 없고, 기본적인 서사구조는 이미 수천 년 전 고대 그리스에서 만들어낸 기본적인 형태 수십 가지를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 크리에이터가 새로운 형태의 서사구조를 창안해낼 가능성은 극히 낮으므로,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는 이제 새로운 기술에 전통적 서사구조를 접목하는 방식으로 구현될 가능성이 아주 높은 것입니다. 아주 간단한 예를 든다면, 한동안 전 세계를 강타했던 3D 기술이나 AR, VR 기술 등이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에필로그

 

프롤로그에서 얘기한 중국의 영화 제작자가 한국의 웹툰을 중국에 가지고 간 다음의 일입니다. 중국 인민폐로 40만 위안이라는 큰 돈을 주기로 약속하고 계약서에 서명까지 하고 돌아간 영화 제작자는 바로 다음 날 회사에 이 내용을 보고하고 즉시 송금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외국으로 돈을 보내는 일은 그다지 쉽지 않습니다. 까다로운 절차를 다 거치다가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자칫 계약 자체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한 제작자는 우선 급하게나마 자신의 개인 자금으로 돈을 보냈습니다. 그 이후에 정식으로 회사로부터 자신의 돈을 돌려받을 생각이었던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며칠 후, 이 제작자는 식사 자리에서 다른 유명 영화배우 겸 제작자에게 이 웹툰에 관해 얘기했고, 그 영화배우 겸 제작자는 급히 관심을 보였습니다. 두 사람은 다시 협의에 들어갔고, 한국의 웹툰 작가로부터 권리를 사 온 제작자는 40만 위안에 사 온 권리 중 영화화 권리만 따로 떼어 이를 100만 위안에 다시 넘겼습니다. 어차피 아직 회사의 돈이 들어간 적이 없었으므로, 법적으로 문제도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영화가 제작되기를 기다렸다가 영화제작을 위한 프로모션이 시작되자, 드라마로 만들 수 있는 권리는 또 한 번 TV 드라마 제작사에 팔았고, 아주 유명한 인터넷 회사에는 인터넷 웹드라마로 제작할 수 있는 권리도 넘겼습니다. 40만 위안을 주고 산 이 권리는 그 이후 200만 위안 이상의 대박을 영화제작자에게 가져다주었습니다.

세상은 변하지만 달라지지 않는 원칙은 있습니다. 가장 큰돈은 유통을 담당하는 플레이어, 최종소비자에게 접근이 가능한 플레이어에게 갑니다.

동시에, 세상이 변하니 같이 따라 변한 것도 있습니다. 이제는 자신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가난한 창작자도 제법 큰 돈을 직접 벌 방법도 생겨난 것입니다.


▣ 필자: 유일
정부지원사업, 해외투자유치, 콘텐츠 전문가
現) 탤런트뱅크 전문가
現) 다산네트웍스 고문
前) 월트디즈니 TV 이사

본 아티클은 ‘Top-class 전문가 매칭 플랫폼’ 탤런트뱅크에서 전문가로 활동 중인 분이 직접 작성한 글입니다. 탤런트뱅크는 경영전략, 신사업, 마케팅, 인사, IT 등 비즈니스 10개 분야에서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를 Project 또는 자문 베이스로 고용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Top-class 전문가의 지식과 경험을 당신의 기업에도 적용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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