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탤뱅 고객이 새벽 4시에 감자칩 8봉지를 주문했습니다.
감자칩 회사 아삭바삭의 물류담당 김아삭씨는 주문에 맞게 아삭바삭 캐릭터가 그려진 상자에 초록색 3봉지, 파란색 3봉지, 빨간색 2봉지를 담기로 했습니다. 무인운반차량이 개수를 맞춰 김아삭씨 앞으로 감자칩 봉지를 집어 가져왔습니다. 김아삭씨는 박스를 닫고 테이프로 꼼꼼하게 포장했습니다. 출력한 송장을 위에 붙이고, 담당자들이 포장한 박스를 운반할 차량에 싣습니다. 김탤뱅 고객의 모바일에 ‘상품이 출고됐습니다’라는 알림이 떴습니다.
고객이 주문한 제품을 판매하려면 판매자가 직접 생산하거나 구매한 상품을 고객 요구사항에 맞춰 발송하기 위한 포장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포장과 분류작업은 모두 물류 영역이라고 여겨지죠.
이러한 과정은 고도의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자동화하기 힘든 영역입니다. 자동화는 초기 투자비용이 높고, 제품 특징에 따라 취급 방법과 고객 요구사항이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일괄적으로 이러한 각각의 상품 특징을 자동화 설비에 맞출 수 없을뿐더러, 최근 들어 상품 판매 주기도 점차 짧아지고 있어 초기에 자동화에 투자하고서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자동화 설비 수준이 높아지고, 현장에서 효율성을 검증한 설비가 늘어나면서 관련 투자에 관심을 갖는 기업이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동화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안타까운 모습을 많이 접합니다. 대부분 기업은 회사 경영층에서 언론 보도를 접하고 도입 검토를 지시하기 때문에, 실제 물류 현장과는 잘 맞지않아 실무자들이 곤란해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됩니다.
언론 속 설비는 언론사가 설비 업체와 공동취재하기에 장점만 부각됩니다. 기사 컨셉도 ‘첨단화된 물류 현장’을 다뤄, 사실상 주제에서 벗어난 내용을 작성하기가 불가능합니다. 자동화에 대한 왜곡된 정보로 잘못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도입한 뒤에는 오히려 효율이 떨어지는 여러 사례를 상담했습니다. 물류에서 주로 사용되는 자동화설비의 종류와 명암을 살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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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V (Automate Guided Vehicle, 무인 운반 차량)
아마존의 영향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자동화 설비입니다. 동그랗게 생긴 로봇이 원하는 제품을 들어서 작업자 앞으로 가져옵니다. AGV 도입 전에는 창고에서 원하는 물건을 가져오려면 사람이 직접 상품이 보관된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수천 평에 달하는 창고에서 원하는 물건을 찾아 픽업하는 작업은 상당히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커다란 창고형 마트에서 물건을 찾는 일과 유사합니다. 넓은 마트에서 원하는 물건을 찾으려면 어느 장소에 어떤 물건이 있는지 두리번거려야 합니다.
하루에 수천만 건이 출고되는 물류센터에서는 제품을 찾는데 훨씬 많은 시간을 씁니다. 작업자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일이라, 사람들이 일하기를 꺼리고 새 사람을 구하기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아마존에서 AGV를 처음 소개했을 때 혁신적인 기술로 주목 받았습니다.
그러나 국내에서 도입해본 결과, 성적은 그렇게 좋지 못합니다. 현장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긍정적인 평가보다는 대부분 부정적인 평가가 앞서고 있습니다. 생산성이 낮고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분석입니다. 사람이 직접 가서 물건을 집어오는 속도가 AGV보다 빠릅니다.
AGV는 가볍고 작은 물건을 다루는데 적합합니다. 수많은 AGV가 좁은 공간을 빠르게 오가야 하니 정확한 로직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교통정리가 잘돼야 작업자 앞으로 원하는 물건이 도착하는 구조인데, 동선을 그리는 기술력이 부족해 포장할 상품이 오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기계를 세워두고 사람이 물건을 집어오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유지보수 비용도 큽니다. 기계가 고장 나서 상품이 출고되지 않는 경우가 잦은 데다가, AGV를 제작하는 기업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한 번 고장 나면 수리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운영프로그램 업데이트도 원활하지 않습니다. AGV 도입을 검토하는 기업이라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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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R (Optical Character Recognition, 광학 문자 인식 기술)
전통적인 물류 센터에서는 상품 입·출고시 PDA(개인용 디지털 단말기)로 바코드를 인식하거나 사람이 직접 고유 상품코드를 입력합니다. OCR(광학 문자 인식 기술)이 도입된 뒤로는 바코드나 PDA 없이 기계가 상품명을 인식합니다. 상품이 든 박스가 긴 터널을 통과하면, 사방에서 쏘는 빛으로 ‘A상품이 입고됐다’는 신호를 만들어 전산시스템으로 전달하고 입고를 확정합니다.
OCR이 등장하기 전, PDA로 입고를 확정하려면 사람이 하나씩 스캔해야 합니다. 효율을 높이려고 전산화했는데, 오히려 생산성이 저하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였습니다. 바코드 위치를 확인하고, 하나씩 멈춰서 찍다보니 속도가 느려집니다. OCR이 도입된 뒤로 평균 처리 속도는 눈에 띄게 빨라졌습니다.
하지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제품 수명 주기가 짧은 업종이나 박스 외관으로 제품을 구분하지 못하는 업종에서는 오히려 생산성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새 제품을 만들 때마다 ‘상품 마스터 데이터’를 생성해야 합니다. 상품마다 제품 번호와 가격, 공급업체명, 공급업체 위치, 고객 정보를 입력해야 합니다. 또, 생산국에 따라 아무 무늬나 특징이 없는 ‘무지 박스’로 제품을 출하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에는 인력이 개입해 정확히 분류하고 입고처리해야 합니다. OCR를 도입하기 전에 항상 본인의 회사에 맞는 설비인가를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기회가 있다면, 반자동 피킹 스테이션(GTP Station)과 포켓 소터(Pocket Sorter), 셔틀랙(Shuttle Rack), 혼합 팔레타이저(Mix Palletizer)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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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전문가
現) 탤런트뱅크 전문가, 국내 대기업 A 물류사 재직 중
前) B 물류 솔루션 디자인 팀장
前) C 동남아 법인장
시대가 변하고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서 예전엔 골칫거리였던 문제가 쉽게 풀리기도 하죠. ‘산업구조 해부’는 실무를 뛰는 엄선된 전문가들이 직접 쓴 현장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기업 문제를 손쉽게 고치는 전문가들의 인사이트를 둘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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