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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택배파업에 이득본 건 쿠팡?

CJ택배파업이 가져다준 택배산업 구조 변화

 

 우리생활에서 가장 가까운 물류영역이 택배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택배와 물류를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오히려 물류를 잘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택배는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만큼 택배가 우리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택배가 잠깐이라도 멈추게 되면 우리의 일상에는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됩니다. 특히 온라인 판매를 하는 기업은 택배파업에 따른 많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물동량이 많은 대기업은 자체 배송망을 활용하여 고객배송을 할 수 있고 물류전략을 다변화할 수 있지만 소규모 영세 판매 업체의 경우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을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더구나 국내택배 부동의 1위사업자인 CJ 대한통운의 파업은 다른 택배사 파업보다 그 영향이 더 큰 것이 현실입니다. 택배노조 측에서도 이러한 점을 잘 알고 파업을 실행했을 겁니다. 물론 택배노조도 합법적인 범위내에서 파업할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의 불편함을 볼모로 법에 어긋나는 파업은 정당성을 가질 수 없을뿐더러 일반 대중들의 지지를 얻지 못합니다. 다행히 장기간의 파업을 끝내고 다시 업무에 복귀한다고 하니 참으로 잘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향후에도 파업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으며 지금처럼 특정 택배사 뿐만 아니라 전 택배사가 연대 파업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택배가 멈춘 상황에서 우리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알아야 이에 대비할 수 있고 한 발 더 나아가 불리한 상황을 역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겁니다.

택배 파업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한 기사와 글은 많지만 우리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있는지에 대한 글은 찾기 힘들죠.

 어떤 현상의 원인과 그에 대한 영향을 같이 고려한다면 기업을 경영하는데 있어서나 택배의 사용자로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겁니다. 따라서 아티클T 지면을 빌려 물류업계 종사자로서 금번 사태가 물류생태계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첫번째로 가장 중요한 것은 일반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최근 들어 오프라인 매장보다는 온라인을 통해 구매하는 비율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며 온라인 구매액이 오프라인 구매액을 넘어섰다는 통계자료도 있습니다. 택배배송은 온라인 구매에 필수적으로 동반합니다. 택배 파업은 내가 구매한 물건을 예상 시간내에 받을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택배가 파업 한 줄도 모르고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을 온라인으로 구매했다가 큰 낭패를 보게 되죠.

 두번째로 중소기업, 영세 사업자에게 피해가 발생합니다. 파업중인 택배사를 통해서 판매한 물건을 발송하는 사업자는 고객 클레임을 직접 대응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아도 최소한의 인력으로 운영하고 사업하고 있는 상황에서 업무량이 더욱 늘게 됩니다. 더군다나 장사하는 사장님들의 경우에는 식자재나 매장에서 팔기위한 물건도 제때 받지 못해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로 택배고객센터를 통해 택배 불편관련 클레임건수가 상당히 증가했습니다. 택배를 잘 모르는 일반인은 ‘택배사가 파업을 하면 다른 택배사로 옮기면 되지 않을까?’라고 질문합니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계약된 택배사에 모든 전산, 업무 절차가 연동됐으며 무엇보다도 타 택배사 처리능력도 여유가 없어 쉽게 이관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업무량이 단순히 증가하기만 한다면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으나, 고객이 자체 배송망을 가진 다른 사업자에게로 이탈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이커머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되죠. 택배노조가 사회적 약자임에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명분 없는 파업은 또 다른 약자에게 피해주게 될 뿐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겁니다.

  이미 가격과 서비스 측면에서 유리한 대형 이커머스 업체로 고객이 이탈하는 상황에서 금번 택배 파업은 더욱더 고객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쿠팡, 마켓컬리 등의 자체배송망을 가지고 있는 사업자들의 이번 파업을 계기로 거래액이 증가했다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셋째로 이번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택배기사 및 대리점들의 피해입니다. 택배기사님들은 물동량에 따라 수입이 결정이 되는데 금번 파업으로 많은 고객들이 이탈하여 과거보다 배송물량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당연히 택배기사님들의 수입감소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 또한 사회적 약자가 피해를 보는 경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파업에 참가한 기사들의 부가업무까지 맡게 돼 업무 부담과 피로도는 더욱 증가합니다.  그리고 대리점의 피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대리점주들도 소사장이며 자금사정이나 인력사항이 좋은 편이 아닙니다. 노조원들이 파업을 핑계로 이탈하게 되면 누군가는 그 자리를 채워야 합니다. 따라서 대리점주들의 피해도 상당히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는 실제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사실입니다. 사회에 많은 피해를 주고 있는 불법적인 택배파업은 없어야 하며 최대한 피해가 생기지 않게 모두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타 산업의 파업 형태로 비추어 보면, 전문가들은 이러한 택배사 파업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 현상이 지속되면 물류업 생태계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겠죠.

 가장 먼저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은 대형 이커머스 기업의 택배사업 진출입니다. 코로나 영향으로 물류 및 택배 산업의 시장규모가 커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물류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습니다. 사실 과거 택배사업은 진입장벽이 낮은 산업군중에 하나였습니다. 터미널과 차량 몇 대 그리고 취급해 줄 대리점 몇 개 만 확보하면 되는 사업이었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이 관심두지 않았던 이유는 이른바 “돈”이 안되는 사업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 많은 환경이 변했고 업체들은 물류산업 진출을 노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기존 물류업체가 쥔 기득권 때문에 제약이 많았지만, 앞으로는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적인 주자가 쿠팡입니다. 쿠팡은 택배사업관련 법적 인허가를 완료했고, 자체 물동량을 바탕으로 전국에 수많은 물류 거점, 1톤 이하의 배송차량을 확보했습니다.  또한 물류업계의 우수한 인력들이 쿠팡에 근무중이라 인적 인프라도 충분합니다.

 사회적 합의와 경영층이 결심하면 즉시 택배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습니다. 이미 쿠팡은 물류관련 업계 회의와 간담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국가에서도 쿠팡을 택배/물류 기업으로 보고있다는 반증입니다.

 이번 기회에 국민의 불편을 핑계로 물류사업, 그 중에서도 택배사업에 본격 진출을 할 것이 확실해진 상황입니다. 쿠팡의 물류자회사도 설립됐죠. 이렇게 되면 기존 기업들은 시장에서의 입지가 좁아지게 됩니다.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이커머스 기업들이 투자 개념으로 택배단가를 낮추기 시작하면 기존 택배사들은 버텨내기 쉽지 않을 겁니다.

 GS그룹도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GS그룹은 GS리테일의 편의점간 수송망을 이용한 반값 택배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죠. 그리고 GS네트웍스라는 GS그룹의 2자물류 회사(그룹물류만 맡는 자회사)도 물류시장에서 점차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GS그룹사에도 물류를 필요로 하는 많은 계열사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2자물류기업은 없습니다. 이번 기회에 GS네트웍스를 중심으로 막강한 그룹사 물동량을 바탕으로 한 대형 물류기업이 탄생할 수 있을 겁니다.

신세계 그룹 또한 유력한 후보입니다. 롯데와 함께 전통적인 유통강자인 신세계도 그룹내 2자물류 기업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과거에 ‘세덱스’라는 물류기업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고 그룹내 물량도 롯데에 뒤지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이베이를 인수해 물류사업을 위한 기본 물동량을 확보했습니다.
 이러한 추세대로라면 전통 물류기업은 새로 생기는 대기업 계열의 물류기업에게 본인들이 갖던 대다수의 물량을 빼앗길 수밖에 없겠죠.

 

또다른 변화는 이커머스 기업의 물류 아웃소싱 전략입니다. 이커머스 회사들은 택배비용이 창고 운영 비용보다 크기 때문에 택배사와 계약하고 그에 대한 서브계약으로 창고운영을 계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택배사와 계약을 해야 택배운임을 싸게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움직임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비용을 조금 더 지불하더라도 택배사를 통합해 골고루 배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3PL(3자 물류)를 계약하고 서브계약으로 국내의 모든 택배를 활용할 수 있도록 계약을 하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특정택배와 독점계약을 할 때보다는 좀 더 비싸지만 특정 택배사가 파업하거나 성수기에 물량이 증가하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택배 파업도 사회현상이며 흐름입니다. 같은 현상이 발생해도 누구는 그 현상을 역이용해 본인에게 더욱 이롭게 활용하며, 누군가는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됩니다. 차이는 어떤 현상이 본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이해하고 대응방안 수립하는지에 따라 달려있다고 확신합니다. 택배 파업도 이러한 측면에서 미리 알고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Morgan Yang

물류 전문가

現) 탤런트뱅크 전문가, 국내 대기업 A 물류사 재직 중
前) B 물류 솔루션 디자인 팀장
前) C 동남아 법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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