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충교역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가장 먼저 ‘가격 측정’ 방법에서 당혹스러움을 표현합니다. 독특한 가격결정방식 때문에 국방산업 밖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합니다.
보통 최종 가격인 소비자가에는 원가와 관리비, 도소매 및 업체 마진을 포함해 결정합니다.
절충교역은 일반 상품 가격과 달리, ‘가치’라는 표현으로 가격을 산정합니다. 상품의 ‘소비자가’가 100만원이라면,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대기업일 경우 그 판매가격의 1.5배인 150만원으로 가격을 인정합니다. 생산기업이 ‘중소기업’이라면 최대 3배인 300만원까지 가격을 인정합니다.
국방이라는 생소한 분야에 진출하는 일은 쉽지 않고, 낯선 가격결정 방식을 도입한 절충교역에 참여하는 일은 더욱 망설여지겠지만, 한 번 따라가볼까요?
“항공우주·방산제품을 생산하는 첨단 소재·부품·장비 기업 한국치공구공업이 철옹성으로 불리는 미국 방산시장을 뚫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치공구공업(대표이사박영욱)은 최근 미국 헬리콥터 제조사’벨(Bell)’과 각종 헬리콥터 동체부품 제조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앞서 방위사업청은 벨에서 2025년까지 육·해군 차기 훈련용 헬기 40여대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MOU는 해당사업의 일환이다.
한국치공구공업은 작년 10월부터 품질시스템 감사 등을 통해 벨의 협력업체 등록을 마무리했다. 앞으로 부품 제조 관련 공정에 대한 승인 심사가 완료되면 약 880만달러(약 115억원) 규모의 납품이 예상된다.”
한국치공구공업, 철옹성 미 헬리콥터사 ‘벨’ 뚫었다 | 한국경제
지난해 8월 ‘벨 헬리콥터(Bell Textron)’와 경남에 소재한 ‘한국치공구공업’ 간 MOU를 체결했다는 기사입니다. 벨 헬리콥터는 미국 텍스트론의 자회사로, 베트남 전쟁영화 ‘플래툰’에 등장하는 헬리콥터 ‘UH-1H’를 제작한 세계 3대 헬기제조사죠. 지금도 여전히 전세계 헬기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기업입니다.
이 MOU는 벨 헬리콥터가 대한민국 정부와 절충교역 이행을 위해 체결됐습니다. 첫 거래 금액이 115억원에 달한다는 점도 대단한데, 우리는 앞으로 ‘한국치공구공업’이 세계 3대 헬기 제조사인 벨 헬리콥터 공급망에 당당히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나아가 벨 헬리콥터의 전세계 고객에게 헬리콥터를 납품할 때 한국치공구공업이 ‘수출기업’으로 참여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번에는 민수 분야 절충교역 사례를 소개합니다. 2012년 미국 R사는 대한민국 정부와 ○○○에 배치할 ‘레이다’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이 예상보다 빠르게 맺어져 미국의 R사는 절충교역 이행을 위해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R사는 한국에서 생산하는 무전기 ‘워키토키’를 상품으로 이행하겠다며 대한민국 정부의 승인을 요청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2018년 이후 중소벤처기업부와 산업자원부를 주축으로 민수분야 절충교역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워키토키 거래는 2018년 이전에 이뤄졌던 ‘민수 절충교역’인 셈입니다.
군수 기업 물품이 아닌 ‘평범한 워키토키’로 거래합니다
당시 ‘워키토키’를 제조하는 대한민국 업체는 미국 R사와는 영업적인 유대관계가 없었으며, 미국 내 현지 파트너사를 통해 수출했습니다. 미국 R사는 ‘미국 파트너사를 통해 알게 된 한국 제조업체 상품 워키토키’를 절충교역 이행품목으로 선정했고, 대한민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 절충교역을 이행했습니다. 이런 방식을 제3자 상쇄(3rd party offset)라고 부릅니다.
2018년 이전에는, 민감했던 대한민국 대내외 환경이 ‘민수 분야 절충교역’을 성사시켰습니다. 주변국과의 군사적 긴장관계가 특수한 환경으로 인식돼, 보통 장시간 준비하는 절충교역 이행의 새로운 대안으로 ‘민수 분야’ 절충교역이 부상했습니다.
아티클T 절충교역 시리즈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절충교역 이행의 필수 요소’를 기억하실 겁니다. 절충교역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첫째, 대한민국 정부에 무기를 판매하는 해외기업이 있어야 합니다. 둘째, 해외기업이 대한민국 정부와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 반드시 절충교역 이행이 포함된 계약서가 필요한데, 이행에 엮인 국내외 업체가 필요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가장 중요한 세 번째 요소는, 이를 승인해주는 대한민국 정부(방위사업청)이 필수입니다.
방위사업청은 가격을 얼마의 가치로 인정해줄지 결정합니다. 국내업체가 대기업이면 1.5배, 중소기업이면 최대 3배까지 인정합니다. 만약 기술을 이전 받는다면 얼마나 큰 가치로 승인해줄지에 대한 권한을 갖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산업자원부가 제품과 기술을 모아서 해외 방산업체에 소개하면, 최종 가치 결정은 방위사업청에서 담당합니다.
벨사 절충교역 vs. R사의 민수 분야 절충교역, 어떻게 다를까
벨 헬리콥터의 절충교역은 한국에 납품할 헬기 부품을 국내업체가 제조하는 방식으로, 모범적 이행 방식입니다. 반면, R사의 절충교역은 R사의 제품과는 거리가 먼 ‘워키토키’라는 순수 민수품을 미국에 유통하는 방식 즉, 민수 분야 절충교역 이행 방식입니다.
그렇다면 상기 2개 절충교역 이행의 차이는 뭘까요?
첫째, 주도권입니다. 벨 헬리콥터의 절충교역은 국내 업체에게 해외 방산대기업의 ‘공급망’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해외 대기업의 생산기술 절차에 따라 제품을 생산하면, 국내 기업은 해외 수출 기술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절충교역 납품을 계기로 독자적인 해외 수출을 고려하거나, 동종 헬기 생산 업체와 협력할 수 있습니다. 다만, 벨 헬리콥터의 영업력에 따라 생산물량의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입니다.
반면 ‘민수 분야’ 절충교역은 새롭고 획기적인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에게 개척할 만한 새로운 시장입니다. 경험상 로봇, IT, 신소재, 생활 필수품을 제조하거나 연구개발하는 업체가 쉽게 선정됐습니다. 기술력에는 자신 있지만 판로를 찾지 못한 국내 중소기업이라면, 민수 분야 절충교역 제도를 영업수단으로 활용해봅시다.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참여 확대로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해외 방산업체가 대한민국 정부에게 무기를 판매한 뒤 기한 내에 이행하지 못해 누적된 금액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큽니다. 앞으로도 수입할 무기 규모를 감안하면, 절충이행은 꾸준히 열린 시장일 것으로 보입니다.
해외 방산업체와 대한민국 정부는 어떻게 누적된 절충이행 금액을 해결해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2018년 이후 ‘민수 분야’ 절충교역사업을 확대한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그 금액은 누적된 금액에 비해 ‘쥐꼬리’ 만한 수준입니다.
전문가들은 주관 기관에서 형식적인 해외업체와의 만남만을 주선한 결과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현재 절충이행 주관기관에서는 국내업체와 해외업체 간 소개만 진행하고서, 충분히 노력했다고 알리는 실정입니다.
절충교역 수혜를 받고 싶은 업체에게는 좋은 기회입니다. 안정적으로 생산물량을 확보하고, 업체 인지도도 높일 수 있습니다. 판로를 제대로 개척하지 못했거나, 기술을 응용할 업체를 만나지 못한 기업이 있다면 대한민국 국방 절충교역 제도에 참여해 보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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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국방분야 사업진출 및 해외 수출 전문가
現) 탤런트뱅크 전문가
現) Avix Global 한국지사장
前) 방위사업청 연구원/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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