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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기 힘든 해외 무기부품, 국내에서 만들어봅시다

무기 국산화 사업1

우리 방산 업체가 직접 만든 한국산 미사일시스템(천궁-Ⅱ)과 포병시스템(K2전차)이 아랍에미리트(UAE), 호주와 수출계약을 체결했다는 언론 보도를 접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부심에 뿌듯했습니다.

 

2020년 스톡홀롬 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방비 지출은 세계 10위입니다. 당해 국방비는 연간 정부 예산의 12.4%, GDP의 2.8%를 차지했는데, 이는 영국(2.2%)보다 많고 인도(2.9%)와 비슷합니다. 대한민국 국방예산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적잖은 돈을 쓴다는 뜻입니다.

90년대에 국방 관련 예산을 집행했던 부서는 국방부 직속 ‘국방조달본부’라는 기관이었습니다. 당시 국방부 장관과 민간인 여성의 염문설이 언론에 도배되면서, ‘율곡비리’라고 불리는 방산 비리가 밝혀집니다. 노무현 정부에 이르러 국방부 장관 직속의 ‘국방조달본부’는 폐지되며, 2006년 중앙행정부처인 ‘방위사업청’이라는 이름으로 개청했습니다. 기획재정부 산하 ‘조달청’이 나라장터라는 이름의 민간 부문 중앙조달행정기관이라면, ‘방위사업청’은 국방 부문 중앙조달행정기관 역할을 맡습니다.

 

저와 방위사업청과의 인연은 2006년 개청과 함께 시작됩니다.

2000년 군 전역 후, 저는 인터넷 전자상거래(이커머스) 비즈니스를 처음 접했습니다. 대형 플랫폼에 물건을 판매했고,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며 그야말로 신세계를 경험하는 중이었습니다. 매일 자고 일어나자마자 온라인에서 빠른 속도로 팔리는 제 상품을 확인하며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제가 특별히 다른 판매자보다 실적이 좋았던 이유는 세세한 상품설명을 적어 넣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생생한 상세설명이 소비자가 직접 만질 수 없는 한계를 극복했고, 이내 구매 유도로 이어졌습니다.

 

방위사업청에서는 무기, 장비, 부품을 수입하는 ‘국제계약부’라는 부서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국가 조달원칙은 경쟁 입찰방식입니다. 당시 방위사업청의 국내 조달방식은 조달청과 마찬가지로 ‘전자입찰’ 방식이었지만, 해외 입찰은 방위사업청에서 공고한 날짜, 시간, 장소에 업체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각자 가격을 적어내는 방식으로 입찰했습니다. 외국인이 직접 참여하면 통역을 거쳐 시간이 지체되는 일도 예사였습니다.

조달청은 이때 이미 시간 낭비를 줄이고 무질서한 입찰방식에서 탈피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해외 조달도 국내처럼 전자입찰 시스템을 만들고 규정화했습니다. 1년의 준비작업 끝에 해외 조달도 전자입찰로 진행했고, 저는 자연스럽게 입찰의 전 분야를 책임지게 됩니다.

 

해외 입찰이 끝나면 바로 해당 입찰 분석을 시작합니다. 2006년 개청 초반에는 매년 약 1조 원 예산이 책정됐습니다. 품목 수는 7천 개가 넘었습니다. 문제는 7천여 품목이 입찰에서 낙찰되는 비율이 6~7%에 불과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눈을 의심할 만큼 낮은 수치입니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누구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품목이 30%를 차지했습니다. 수치로 환산하면 매년 7천 품목 중 2천 품목이 외면받는다는 뜻입니다.

해당 부품이 필요하지만, 제때 구하지 못한 육해공군의 탱크, 함정, 전투기 등 무기체계는 온전히 작동하고 있을까? 해당 품목이 있다는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아 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을까? 여러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매년 해외부품입찰, 낙찰과 무응찰 비중은 비슷했습니다. 그리고 원인을 속 시원히 대답해주는 사람을 찾지 못했습니다. 저는 저만의 해결책으로 꼽을 만한 사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부품 조달을 맡은 한 육군 장교는 육군과 협조해 입찰 전 현품을 전시하는 전시회를 기획했습니다. 처음 시도해 보는 일이라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지만, 과감하게 진행했습니다. 성과는 아주 크게 나타났습니다.

수많은 업체가 직접 현품을 보기 위해 참가했고, 낙찰 비율은 15%를 넘었습니다. 6% 대 낙찰률이 15%로 늘어난, 엄청난 발전이었습니다. 저는 평소 품고 있던 의문에 해답을 찾은 기분이었습니다.

낮은 낙찰률의 원인은 정확한 부품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국방 분야 해외 조달사업이 ’그들만의 리그‘가 된 이유는 정보 독점입니다. 부품정보는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서 제공하는 13자리 숫자와 파트 넘버, 이름만 주어집니다. 정보가 극심하게 부족한 상황에서 현물 전시는 업체 참여를 유도해 낙찰률을 높였습니다.

현품 전시회는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낳았습니다. 특히 이 글에서 이야기할 부품 국산화 사업 필요성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습니다. 해외 조달이 불가능한 부품은 우리가 개발하자는 취지였습니다.

 

여전히 부품 국산화 사업을 바라보는 방산 기업들의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부품 국산화에 성공한 기업은 5년간 수의계약을 맺는 특혜를 받지만, 기업들은 그 수가 소량인 데다가, 금액도 소액이라는 점을 지적합니다. 들인 노력에 비해 얻는 혜택이 적다고 주장합니다.

저는 그러한 고충을 토로하는 기업에 다른 관점으로 설득합니다. 소량, 소액이라며 이득이 없다고 말하는 업체에는 국방사업 성격과 맞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국방은 신뢰를 얻은 기업에 더 큰 신뢰를 줍니다. 지금의 방산 대기업도 소량, 소액의 부품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실력을 보여주며 성장했습니다. 군에는 미해결 숙제들이 산적되어 있습니다. 부품 국산화를 통해서 신뢰를 받는 기업이 되면 군과 함께 숙제를 고민할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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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국방분야 사업진출 및 해외 수출 전문가
現) 탤런트뱅크 전문가
現) Avix Global 한국지사장
前) 방위사업청 연구원/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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