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업을 하는 업체, 신규 사업을 준비하는 업체, 영어 등 외국어와 무역에 대한 기본 소양이 있는 이라면 꼭 국방사업 중 해외 구매사업 참여를 권유합니다. 그들에게 가장 최적인 사업이 바로 ‘국방 분야’ 해외 구매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몇 해 전 ‘폭발물탐지기’를 개발하여 동남아 등 해외수출도 했던 원자력공학 박사 출신인 지인이 농담 삼아 던진 말이 있었습니다. 본인이 개발한 폭발물탐지기에 대한 자신감으로 군납을 준비하던 중이었는데, 마침 조달청 ‘나라장터’ 사이트에서 해병대가 주관하는 ‘폭발물탐지기’ 구매사업이 국내업체를 대상으로 한 입찰이 나왔다고합니다.
당연히 ‘폭발물탐지기’라는 물품의 특수성 때문에, 내심 당신 회사가 참여한다면 낙찰은 ‘떼놓은 당상’이라고 자신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결과는?
총 40여 개 이상의 업체가 참가한 가운데, 최종 낙찰업체는 ‘○○○미용실’이었습니다. 지인은 몇 초간 자기 눈을 의심하면서 공고번호 등을 몇 번이나 확인했었답니다.
원자력공학 박사까지 했고 나름 이 분야에서 몇 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만든 자신의 제품이, 그것도 국내공항은 물론 해외까지 수출했던 ‘폭발물탐지기’가 ○○○미용실과의 경쟁에서 떨어졌다니? 그리고 폭발물탐지기 구매사업에 참여한 국내업체가 이렇게도 많다니?
○○○미용실 이외 ○○○부동산 등 도저히 폭발물탐지기와는 동떨어진 업체들이 도대체 어떻게 참여했던 걸까요? 아래 그림은 지난 11월 초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미세먼지 대응 방진 마스크’ 구매사업을 정부 조달기관인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실시했던 실제 입찰 결과 화면입니다.
‘미세먼지 대응 방진 마스크’ 구매사업에 무려 4,600여 개의 업체가 참여했고 특히 놀라운 건 입찰에 참가한 참가 업체였습니다. 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잉크○○컴퓨터’, ‘○○교육’ 등 다소 마스크 제조/유통하는 회사와는 동떨어진 업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정부 입찰 결과를 살펴보면, ‘폭발물탐지기’ 입찰에 ‘○○○미용실’, ‘○○○부동산’이 참가할 수 있다는 것이 더는 놀라울 것 없어 보입니다.
그럼 방위사업청을 통한 국방 분야 해외 구매사업 입찰 결과화면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참고로 국방 관련 입찰은 방위사업청 ‘국방 전자 조달 시스템’ 이라는 곳에서 이루어집니다.
위의 그림은 최근 방위사업청에서 실시한 육군헬기에 필요한 부속을 해외에서 구매하는 사업의 입찰 결과 화면입니다. 보는 바와 같이 결과는 유찰입니다. 즉 아무도 참여한 업체가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조금 부연해서 설명하면, 방위사업청은 매년 해외에서 부속을 구매하는 비중이 연간 7,000 ~ 1조 규모입니다. 과거 필자가 현업에서 근무할 때 통상 낙찰률이 전체 10% 내외인 점을 고려했을 때 유찰되는 것이 놀라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무응찰 비율은 전체 60~70% 수준인 것으로 압니다.
그럼 그 이유는 뭘까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3가지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1. 적은 참가 업체 수
매년 경쟁에 참여해서 계약하는 업체는 고작 2~300여 개 업체입니다. 이건 무엇을 의미 하는 걸까요? 그만큼 어떻게 참여하는지를 일반 업체(개인)들은 모른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고스톱을 칠 때도 룰이 있습니다. 4명이 고스톱을 치면, 꼭 한 명은 광을 팔게 되죠. 그건 누가 설명하지 않아도 고스톱을 치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것입니다. 고스톱에서 4명이라는 플레이어는 곧 고스톱을 칠 수 있는 자격을 의미합니다.
국방사업이 소위 ‘그들만의 리그’가 된 주요 원인은 어떤 조건으로 참여할 수 있는지 그 조건과 방법을 몰라서라는 것입니다.
그럼 국방 분야 해외 구매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조건이 까다로운가?라고 묻는다면, ‘절대 아니올시다’입니다. 법인이나, 개인사업자로 조달청에 등록하고 방위사업청 해외 구매사업 등록(이를 ‘무역대리점 등록’이라고 한다.)하면 됩니다. 다만 취급 품목이 해외 무기, 장비, 부품 등이기 때문에 안보지원사령부(舊 기무사령부)의 보안(신원 및 업체) 심사를 별도로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필자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안보지원사령부의 보안 심사 기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다수의 건전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보안 심사에 떨어진 업체를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필자는 무역업을 하는 업체, 신규 사업을 준비하는 업체, 영어 등 외국어와 무역에 대한 기본 소양이 있는 이라면 꼭 국방사업 중 해외 구매사업 참여를 권유합니다. 그들에게 가장 최적인 사업이 국방 분야 해외 구매사업이기 때문입니다.
2. 무기와 구성 품목에 대한 정보 부족
앞서 조달청에서 실시한 마스크 구매사업에서 마스크라는 제품은 코로나로 인해 이제 초등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도 아는 품목입니다. 반면 평소 헬기에 관심 없는 일반인이라면, 헬기에 들어가는 부품은 도대체 누가? 언제? 어디서?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수수께끼일 수 있습니다. 방위사업청에서 실시하는 해외 구매사업은 무기체계, 장비, 부속 구매사업으로 나뉩니다. 물론 예산은 각각 정해져 있지만, 부속 구매의 경우 매년 7,000억 ~ 1조 정도입니다.
육군에 ‘코브라’라고 명명된 헬기가 있습니다. 이는 40여 년 전 육군에 도입된 헬기입니다. 40년이 넘은 자동차가 아직도 도시를 활보하고 다닌다면, 그 소유주는 무척이나 꼼꼼하고 부지런한 사람이라 여겨져 타인들로부터 한 번 더 눈길을 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군은 이런 3~40년 된 무기가 비일비재합니다. 해군의 경우 209 잠수함, ‘천안함’으로 불렸던 초계함인 PCC, 공군의 F-4 팬텀기 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합니다.
기계장치에 반드시 들어가는 품목 중의 하나가 바로 ‘베어링’ 일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베어링’ 제조로 유명한 회사 중 하나인 스웨덴의 SKF 社가 있습니다. 베어링이라고 하면 일반 부품제조사에서 만드는 정도로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SKF 社의 베어링이 해군 함정이나 잠수함에 얼마나 많은 양이 납품되고 있는지 안다면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필자가 강조하는 ‘민수의 군수 전환’으로 이는 앞서 말한 무역업, 신규 사업 준비기업, 영어 등 외국어를 할 수 있는 개인이 조금만 공부하면 즉시 사업화가 가능한 분야입니다.
트럭으로 유명한 독일의 만(MAN) 트럭이 패트리어트를 탑재하는 트럭이라면, 그럼 볼보, 벤츠, 스카니아 트럭은 안될까요? 6.25 전쟁 당시 사용했던 K1A1 탱크의 엔진이 독일 보쉬 엔진이라면, 보쉬만 엔진을 만들까요? 무기체계를 분해하면 각각의 구성 장비가 되고, 다시 그 구성 장비를 분해하면 부품(수리부속)이 된다는 사실, 그 사실을 이해한다면 국방 분야 해외 구매사업은 그리 어렵지 않게 풀릴 것입니다. 적어도 인터넷 특히 구글 사이트에서 무기체계 이름만 입력해도 제원, 이미지, 특장점 등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얼마나 사업하기에 완벽한 조건인가요?
3. 사용하는 언어에 대한 이해 부족
과거 우스개 얘기로 작전에 참여하여 정찰하던 중 적의 공격을 받은 경상도 출신 소대장이 즉시 명령을 내렸는데, 경상도 출신 소대원만 살았남고 다른 지역 대원들은 죽었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경상도 출신 소대장이 내린 명령이 ‘마카 쑤그리’였기 때문입니다. 이는 표준어로는 ‘모두 엎드려’이지만, 경상도 사투리를 알지 못하는 다른 지역 출신 소대원들은 모두 전사하고 만 것입니다.
국방사업이 어려운 건 입찰에 나오는 단어들이 ‘군사용어’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군사용어에 대해 한 번만 공부해 두면 매번 같은 패턴으로 나오는 입찰이기에 어려워할 필요 없습니다. 국방 분야 해외 구매 사업은 방위사업청을 통해서 100% 입찰로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입찰이 이루어지는 홈페이지에는 일반인이 보고 이해하기 힘든 용어들도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한때 레드오션, 블루오션이라는 단어가 이 사회에 화두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국방사업은 정부조달의 일부분이고 정부조달 자체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평등한 기회도 반드시 자격을 요하는 것도 있습니다. 그것이 국방 분야 해외 구매 사업인 것입니다.
필자는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라는 말을 사랑합니다. 정부 사업에도 ‘레드’와 ‘블루’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국방 분야 해외 구매사업 참여하기에 최적화된 기업은 ‘기존 무역업을 하고 있는 업체’, ‘신규로 사업을 구상하는 업체’ 그리고 ‘외국어와 무역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가진 업체(개인)’라면 한 번쯤은 도전해 볼 만한 사업입니다. 정부 사업에서 하나의 사업을 따내기 위해서 4,600여 개의 다수 업체와 경쟁해서 낙찰되는 방법과 참여하는 업체가 없거나 소수인 국방 분야 해외 구매사업에 도전하는 방법 중 고민하고 있다면?
물론 선택은 기업의 몫입니다.
다만 필자가 과거 현업에서 해외 구매사업 입찰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어 실제 해외 구매사업에 참여하는 업체를 교육한 경험과 현재는 국방 분야 해외 구매사업에 대해 무지했던 기업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제시하여 성공적으로 이 분야에 진출시켰던 경험은 국방 분야 해외 구매사업은 기업의 노력에 대해 거짓 없는 결과를 주는 사업임에는 틀림이 없음을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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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국방분야 사업진출 및 해외 수출 전문가
現) 탤런트뱅크 전문가
現) Avix Global 한국지사장
前) 방위사업청 연구원/파트장
본 아티클은 ‘Top-class 전문가 매칭 플랫폼’ 탤런트뱅크에서 전문가로 활동 중인 분이 직접 작성한 글입니다. 탤런트뱅크는 경영전략, 신사업, 마케팅, 인사, IT 등 비즈니스 10개 분야에서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를 Project 또는 자문 베이스로 고용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Top-class 전문가의 지식과 경험을 당신의 기업에도 적용해보세요.